산신령 : 백성아, 크리스마스인데 잘 지내느냐?
백 성 : 네, 산신령님은 크리스마스를 어케 보내십니까?
산신령 : 우리도 산속에서 징글벨∼징글벨하고 지내지.
백 성 : 그렇군요. 즐겁게 보내기를 바랍니다.
산신령 : 백성아, 너도 거창군민이더냐?
백 성 : 네? 그렇습니다. 갑자기 왜?
산신령 : 거창 사람들은 분수를 모르고 살아가고 있느니라.
백 성 : 예? 분수를 모르다니요?
산신령 : 분수도 여러 가지가 있느니라.
백 성 : 무슨 말씀인지?
산신령 : 분수(分數)는 사물을 분별하는 지혜나 자기 신분에 맞는 한도를 말하지 않느냐?
백 성 : 그렇죠? 흔히 자기의 능력에 넘치는 일을 하면 “분수도 모른다”라고 하고, “분수를 알고 살아라”라고도 합니다.
산신령 : 그렇지. 분수를 알라와 가장 유명한 문장은 “너 자신을 알라(Gnothi seauton)”로, 소크라테스가 델피 신전의 문구에 철학적 의미를 더해 널리 알려진 말이 아니더냐.
백 성 : 그렇죠?
산신령 : 또 수학에서의 분수도 있지. 이건 어려운 말이지만.
백 성 : 네.
산신령 : 또 분수(噴水)는 수압이나 동력을 이용해 중력을 거스르는 방향으로 물을 쏘아올리는 장치를 말하는 것이니라. 즉 압력으로 좁은 구멍을 통하여 물을 위로 세차게 내뿜거나 뿌리도록 만든 설비나 물로, 흔히 공원이나 광장 한가운데에 설치하는 것이지.
백 성 : 그렇군요. 우리 백성들이야 그렇게 깊이까지는 몰랐습죠.
산신령 : 포인트는 여기에 있느니라. 중력을 거스르는 방향으로 물을 쏘아올리는 장치를 분수라고 하는 것이니라.
백 성 : 그런데 무슨 문제라도?
산신령 : 거창군에서는 ‘대동리 회전교차로 경관 개선 사업’이라며 말도 많고 탈도 많던 대동 로터리에 분수대를 만들었지 않았느냐?
백 성 : 네. 그런데, 그게 왜?
산신령 : 그 분수대를 단순한 장식물이 아니라 지역 정체성과 관광 자원화를 고려한 것이라며 “도심 속 랜드마크 기능을 수행할 것”이라고 설명하지 않았느냐.
백 성 : 맞습니다요.
산신령 : 그 분수대의 분수가 어떻게 뿜어지고 있는지 알고 있느냐?
백 성 : 그러고 보니 물이 아래로 쏟아지던데요?
산신령 : 그렇지? 자세히도 보았구나. 물이 아래로 쏟아지는 분수를 본 적이 있느냐?
백 성 : 글쎄요…!!
산신령 : 그러니 거창 사람들은 분수를 모르고 살아가고 있지 않느냐.
백 성 : 아∼, 죄송합니다요. 부끄럽사옵니다.
산신령 : 이러면 또 행정의 발목을 잡느니 어쩌니 하지. 이야기가 안 되는 사람이 큰 권한을 가지면 많은 사람들을 힘들게 하느니라. 군민을 분수도 모르는 바보로 아는 사람들이 하는 일이 더 이상 거창의 역사가 되어서는 안 되느니라.
백 성 : 그렇죠. 분수도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행정, 이런 행정에 감동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산신령 : 그렇지? 분수를 알아야 하느니라. 분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