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군수는 거창군을 위해 일해야 하고, 경남도지사는 경남을 위해 일해야 한다. 대한민국 대통령은 대한민국을 위해 일하는 게 마땅하다. 우리가 도지사나 대통령까지 기대할 것은 못 되지만, 거창군수는 거창군을 위해 일해야 한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일 것이다.
군수는 자신의 선거만을 위해 일 해서는 안 되며, 자신의 편이 아니면 쳐다보지도 않는 군수가 되어서는 더욱 안 되고, 편 가르기 하는 군수는 더더욱 안 된다. 군수에게 찍히면 국물도 없다는 소리를 듣는 군수는 절대 안 된다. 어느 자리에서 누군가가 이런 말을 했다. “선거에서 자기를 돕지 않은 유권자나 경쟁자라고 여기는 사람은 화장실의 휴지 신세 같아 보였다”라고.
자신의 편이 아니면 하던 공사도 멈추게 하고, 자신의 편이 아니면 예산도 주지 않는 그런 군수는 더더욱 안 되며, 자신에게로 불똥 튈까 봐 직원을 고발하는 그런 고소 고발 좋아하는 군수는 안 된다.
정치에 정답은 없다. 정치는 가치 판단을 통해 정책을 결정하고, 정책은 군민의 삶에 가장 강력한 지배력을 행사한다. 정치력만 뛰어난 군수는 안 되지만, 어느 정도의 정치력과 추진력을 갖춘 군수가 필요하다. 일이라는 것은 해결하는 방법에 따라 때로는 정치가 필요하다. 크든 작든 어느 곳에서나 정치력을 발휘해야 할 때가 있다. 정치력이라는 것이 대단한 것은 아니다. 무슨 일이든 원만하게 잘 돌아가게 하고 군민들이 어깨를 맞대고 단합된 모습을 보여주게 하는 것도 정치가 하는 일이다.
다음으로는 신뢰의 바탕이다. 약속을 지키는 군수가 필요하다. 굳게 맹세한 약속도 손바닥 뒤집듯이 뒤집어 버린다면 군민들은 무엇을 믿고 군정을 맡기겠는가. 특히 공약을 잘 지키는 군수가 필요하다. 서상서 안의까지의 국도를 4차선으로 확장하겠다는 공약을 잘 지키는 군수, 거창대학을 4년제로 만들겠다는 공약을 잘 지키는 군수, 다른 후보의 공약을 가로채 예산 1조 원 시대를 열겠다고 한 약속을 잘 지키는 군수가 필요하다.
소통은 대개 권력을 쥔 쪽에서 멍석을 깔아줄 때 가능하다. 이를 위한 필요충분조건은 할 말은 할 수 있게 하는 수평적 리더십이다. ‘군수가 아닌 거창군청 8백여 공직자 중 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업무에 임한다면서 과연 그렇게 하고 있는지, 혹시 갑질한다는 소리를 듣지는 않는지를 반추해 보아야 한다.
지금 군민은 공무원과도 군민끼리도 마음놓고 말을 못 하는 시대가 되어버린 지 오래다. 면사무소마다, 부서마다 간첩이 있어 서로서로 의심하며 일하고 있는 거창이다. 6급 이상 공무원들은 저녁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누구와 식사하는지를 체크하는 업무 이외의 일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들린다.
이제는 거창보다 나만 위해 일하는 사람보다는, 거창을 위해 일할 성품과 역량이 뛰어난 사람을 선택하고, 아이디어가 실력으로 평가받는 문화를 만드는 사람을 선택해야 한다. 그 문화 속에서 의미 있는 일과 의미 있는 관계를 목표로 삼아 이를 솔직함과 투명성으로 이루는 사람을 우리는 선택해야 한다.
하정용
㈜연곡 대표이사
한천수오미자연구소 소장
경영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