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실봉 산신령 “청렴과 두채(豆菜)”

거창군민신문 승인 2024.12.17 10:27 의견 0


산신령 : 백성아, 연말이고 날씨도 춥고 한데 잘 지내느냐?
백 성 : 아이고, 신령님. 저야 매일 마시고 노느라 디서 죽겠심더.

산신령 : 즈런, 그러다 몸 버릴라. 조심하거라.
백 성 : 예, 신령님.

산신령 : 요새 머, 좋은 이야기 없느냐? 연말이고 한데…
백 성 : 많지만 다 까발릴 수도 엄꼬…

산신령 : 그래 너무 심하게는 하지 마라. 그러다 또 고소당할라.
백 성 : 네, 알겠심더.

산신령 : 그래도 함 읊어봐라. 좋은 이야기인지 아닌지 들어나 보자.
백 성 : 우리 고을이 청렴도 순위가 낮았었는데 그나마 원님이 열심히 해서 상위권으로 진입은 했습니다.

산신령 : 그런데?
백 성 : 청렴도는 나리들의 청렴도 중요하지만, 백성들의 여론도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산신령 : 그렇지.
백 성 : 예전에는 나리들이 청빈하게 사는 징표로 두채(豆菜)로 밥을 비벼 먹곤 했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산신령 : 예전에는 그랬지.
백 성 : 그런데 요즘에는 그 두채가 자랑거리인가 봅니다.

산신령 : 먼 말이고?
백 성 : 높으신 권세가 나리의 어부인께서 두채를 자랑하고 다닌답니다.

산신령 : 그건 좋은 이야기 아니냐?
백 성 : 물론입죠.

산신령 : 그런데?
백 성 : 그 두채가 두채가 아니라서 하는 말 아닙니까?

산신령 : 그럼 무슨 두채냐?
백 성 : 더 삽(#)을 두채나 갖고 있다고 자랑하고 다닌답니다.

산신령 : 그 나리가 언제 그런 재물을 많이 탐했을꼬? 그는 청렴해 돈이 없기로 소문나 있는데? 혼자 깨끗한 척 다하고 다니더만…
백 성 : 그러게 말입니다.

산신령 : 혹,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드는구만.
백 성 : 예?

산신령 : 그 나리는 원래 ‘맨발의 ○봉이’ 영화를 열심히 보고 응원하더니 그 선수가 등수에 들지 못하자 쥐도 새도 모르게 잽싸게 구중궁궐로 들어갔느니라.
백 성 : 예? 그런 일이 있었습니까?

산신령 : 그 구중궁궐에서 아무렇지도 않은 듯 처세해 완전할 실세가 되어 권세가로 성공한 입지적인 인물이니라. 모두 보고 따라 배워야 할 것이니라.
백 성 : 그런 일이 있었군요. 놀랐습니다.

산신령 : 그런 스타일을 보고 강약약강(强弱弱强)형이라고 하느니라.
백 성 : 예, 무슨 말씀이신지?

산신령 : 강한 사람에게는 약하고 약한 사람에게는 강한, 평생 아랫사람을 족치고, 윗사람에게 아부하며 그 자리까지 꿰찬 기회주의자를 두고 하는 말이지.
백 성 : 에구머니나. 이를 우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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