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군은 만성화된 농촌 인력난 해소를 위해 외국인 계절근로자 유치와 함께 농촌인력중개센터 운영 등 다양한 시책을 추진하고 있다. 거창군과 필리핀 푸라시는 농어업 기술 전수, 농산물 수출, 농어업인 단체 영농사업 추진 등 농업 생산성 향상과 농어업인의 소득증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거창군 전략담당관실 농촌일손담당 이민호 주사를 만나 이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편집자 주
- 농촌일손담당의 업무는 무엇이며 목표가 있다면?
“농촌일손담당은 구인모 거창군수가 민선 8기 ‘농촌 인력난 해소’를 중요 공약으로 약속하고 2023년 1월 행정조직 개편 시 전략담당관실에 신설된 담당이다. 거창군의 농업인 중 3,130명 이상이 80세 이상으로 전체 농업인 중 16.7%를 차지하고 있으며 고령화는 농업근로자 임금의 지속적인 상승을 가져와 심각한 사회적 갈등까지 야기하고 있다. 이렇게 부족한 농업근로자를 외국인 계절근로자와 농촌인력중개센터를 통한 안정적인 인력공급으로 농작업 임금의 상승을 억제하여 거창군 농민들의 안정적 농업경영을 돕는 것이 우리 담당의 목표이다”
- 계절근로자 사업은 어떤 것인가. 자세한 설명을 부탁한다.
“외국인 계절근로자 제도는 외국 협력 도시(MOU 체결)나 다문화 가족 결혼이민자의 가족을 최저임금(2024년 78,880원/일)의 저렴한 임금으로 5개월~8개월간 농업근로자로 채용하는 제도이다. 매년 2회(6월, 12월)에 걸쳐 고용 농가를 모집하여 법무의 배정 인원을 확정받은 후 외국인을 대상으로 계절근로자를 모집하여 고용주의 농장에서 근로하는 합법적인 외국인 근로자 채용제도이다. 특히 거창군은 외국인 계절근로자 신청 시 베트남, 필리핀, 라오스, 네팔 등 국가별로 근로자를 선택할 수 있고, 다른 지자체들과 달리 입국 시기를 농민들이 결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농민들의 만족도가 아주 높은 편이다”
- 담당 부서가 신설되고 지난 1년 6개월 동안 성과가 있다면?
“우선 지난 시간 최고의 성과는 농작업 임금의 하락과 안정이라 생각한다. 2022년 13만 원 정도 하던 임금이 2023년에는 11만 원으로 2만 원 하락했고 2024년 현재에도 비슷한 임금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외국인 계절근로자가 대거 채용된 효과라고 보고 있다. 외국인 계절근로자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근로자 유치방안을 기존의 업무협약(MOU 체결) 방식과 함께 결혼이민자 가족 초빙과 고용주 추천 재입국 제도로 확대하였고, 업무협약 국가도 필리핀 1개국에서 라오스와 베트남까지 업무협약(MOU)을 체결하여 공급의 안정을 기하였다. 2022년 첫해 246명의 근로자가 2023년에는 332명의 계절근로자가 입국하였으며 2024년 올해는 500명 정도의 계절근로자가 공급될 것으로 예상되어 인력공급 문제를 완전히 해결했다고 생각한다”
- 계절근로자 사업의 문제점과 해결했던 사례가 있다면?
“외국인 계절근로자 사업에서 가장 큰 문제를 꼽는다면 중개인 일명 브로커로 불리는 사람들의 임금갈취이며, 5개월 기준으로 숙식비를 제외한 800만 원(월 160만 원) 임금 중 적게는 200만 원 많게는 400만 원을 중개비 명목으로 갈취당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임금갈취는 우리나라에 근무하는 업무협약(MOU)으로 입국한 계절근로자 대다수에 해당하는 문제점으로 결국은 계절근로자들의 무단이탈로 이어져 피해는 고스란히 농민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중개인 원천 차단을 위해 2023년 4월 필리핀 푸라시와 중개인 전면차단을 조건으로 업무협약(MOU)을 재체결하여 임금갈취 문제를 해결하였으며, 그 결과 근로자들 무단이탈 또한 업무협약(MOU)을 재체결 이후 단 1명도 없으며 이와 같은 사례를 여러 곳의 지자체에서 벤치마킹을 다녀갔다”
- 최근 다른 지자체를 보면 계절근로자 인권침해나 임금착취가 문제가 되던데 거창군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거창군도 도입 초기에는 문제가 되었던 점이기도 하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임금착취를 하는 사람은 중개인이다. 하지만 거창군은 중개인을 완전히 차단함으로써 임금착취 문제는 완전히 해결된 상태이며, 이러한 사례는 필리핀 현지에서도 모범사례가 되어 거창군에서 근로를 희망하는 대기 근로자 수가 수백 명에 이르고 있다. 또한, 거창군 농업기술센터 1층에 외국인 계절근로자 고용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간단한 상담부터 인력 신청과 인솔, 통역까지 원스톱을 해결해 주고 있어 농민들의 경제적 부담을 완화해주며, 근로자에게는 인권침해가 없도록 신고창구로도 활용되어 근로자들이 인권침해를 당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보호해 주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는 병원비 부담으로 아파도 병원을 가지 않는 근로자들을 위해 건강보험을 가입 지원하고 있다.
- 거창군이 다른 지자체와 차별화된 전략이 있다면?
“기존 계절근로자 사업은 농가에 숙소가 있어야 하고 최초 계약 농가 외에는 근무지 변경이 어려워 농가에서는 5개월간 채용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농가가 대농이거나 산양삼, 시설하우스 재배 농가에는 아주 적합한 사업이지만 1일에서 수일만 인력이 필요한 소농이나, 밭작물(양파, 감자 등) 재배 농가에는 5개월간 계절근로자를 고용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하루 단위 인력공급을 위해 2023년 공공형 계절근로사업 공모사업을 신청하였으며 2024년 사업대상에 선정되어 4월 20일부터 북부농협(조합장 신화범)과 함께 시범사업으로 30명의 공공형 계절근로자를 필리핀 푸라시 근로자로 채용하여 운영하고 있다. 공공형 계절근로사업은 농협이 고용주가 되어 최대 100명까지 계절근로자를 고용하고 농가에서 1일 단위로 근로 요청을 받으면 농협에서 근로자를 농작업 현장으로 보내는 일종의 인력 알선 사업이다.
임금 또한 1일 8만 원으로 공공형 계절근로자를 운영하는 70개 지자체 평균 11만 원 보다 3만 원가량 저렴하여 현재 인력 요청이 쇄도하고 있으며 운영 성과와 농민 수요를 파악하여 2025년에는 100명까지 채용 확대를 고려하고 있다. 공공형 또한 숙소 제공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거창군은 숙소 문제 해결을 위해 2022년 농업근로자 기숙사 건립 공모사업에 응모하였고 이후 선정되어 2023년 10월 전국 최초로 착공하였다. 기숙사는 총사업비 50억 1천만 원(국비 7억 5천만 원, 도비 1억 5천만 원, 특별조정교부금 10억 원, 군비 31억 1천만 원)이 투입돼 건축 연 면적 1118.08㎡(지상 4층) 규모로 건립되며 18개 실로 72명의 외국인 농업근로자가 거주할 수 있으며 2024년 10월 준공될 예정이다”
- 개선되어야 할 과제나 바람이 있다면?
“날이 갈수록 농촌에도 외국인 관련 행정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경남에는 출입국·외국인 사무소와 출장소 5개소(창원, 김해, 통영, 사천, 거제)가 있지만, 서부 경남에는 출장소가 없어 창원 출입국·외국인사무소에서 담당함에 따라 많은 불편을 겪고 있다. 특히 거창군은 담당 출입국·외국인사무소와의 거리가 전국에서 가장 먼 지자체 중 하나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거창구치소 방문을 기회 삼아 법무부 출입국외국인 사무소 거창출장소 신설 건의문 제출 등 거창출장소 신설을 강력하게 요구하였지만 사실상 신설은 아직 안갯속이다. 반드시 신설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업무를 하면서 힘든 점이나 에피소드가 있다면?
“외국인을 대상으로 업무를 하다 보니 외국어 실력이 부족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평소 언어교육을 열심히 하지 않은 나 자신을 탓하지만 그나마 AI 시대에 사는 것을 다행으로 여기고 잘 활용하고 있다. 업무 특성상 필리핀과 베트남을 방문한 적이 있다. 두 나라에서 공통으로 겪었던 사항이 있다. 바로 ‘이름’ 때문이다. 공교롭게 동남아 최고 한류 스타 영화배우 이민호와 같다 보니 현지에서 명함을 주거나, 입출국 심사 때 여권을 주면 그쪽 나라 사람들이 킥킥거리며 많이 웃고 나의 이름이 진짜 맞냐고 되묻기도 한다. 그도 그럴 것이 ‘같은 이름 전혀 다른 외모’가 주는 웃기는 장면일 것이다. 필리핀에 처음 방문 했을 때 진짜 영화배우 이민호가 온다는 소문을 듣고 나를 보러 온 사람들이 200명에 이른 일도 있어 매우 당황하기도 했었다”
- 공무원을 시작한 계기와 거창군과의 인연은?
“사실 고향이 부산이라 고등학교까지는 부산에서 마쳤고, 공무원을 시작하면서 거창군을 처음 오게 되었다. 2005년 27살에 공직생활을 시작한 뒤 19년간 거창군에서 공직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처음 임용될 때는 지금과는 달리 공무원의 인기가 어느 정도 있었고, 당시에는 이공계 기피 현상이 매우 심해서 이태백(이십 대 태반이 백수)이라는 유행어가 돌 시기라 공대를 졸업한 나로서는 선택의 폭이 좁아서 무작정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고 빠른 합격을 목표로 거창을 지원하게 되었지만, 지금은 운이 좋게도 거창에서 좋은 거창사람(부인이 경제기업과 투자유치담당 신정은으로 마리면 출신이다)을 만나 가정을 꾸리고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 그리고 적성도 공무원 공부를 하다 보니 오히려 공대보다는 인문계열 공부가 맞는다는 사실도 깨닫게 되었고 업무를 배우면서 단순 발급 업무가 공무원의 일이라 생각했던 나의 고정관념을 깨고 다양한 행정의 업무 범위가 오히려 공직생활의 활력소가 되었다”
- 공무원을 하면서 늘 지키고자 하는 마음가짐이 있다면?
“누구나 다 아는 격언 중에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다. 막막하다 해서 시작도 안 한다면 아무 일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행정업무도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다양하고 급변하는 현대 사회에서 행정의 업무도 다양해지고 새롭기 시작되는 업무도 많아지고 있다. 시작하면 성과는 나오기 마련이다. 외국인 계절근로자 업무가 좋은 예시라 생각한다. 어렵고 힘들더라도 그 일이 필요하고 중요한 일이라 생각하면 과감하게 추진하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지방소멸시대는 농촌이 외국인 이웃을 포용하지 않고는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라 생각한다. 농가들과 외국인 근로자들의 가교역할을 하며 상생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 마지막으로, 이번을 기회 삼아 그동안 모자란 팀장을 따르느라 고생한 우리 담당 직원들과 상담실 직원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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