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보니까 남 아픈 줄도 알게 되었고 나 자신이 열정이라 생각했던 부분들이 누군가에게는 부담과 상처가 되었던 거 같기도 하다”
청룡의 해라는 갑진년 새해를 맞아 저마다의 기대와 설렘으로 한 해를 시작하는 때이다. 거창군의회에서 초선이지만 지역정치인 모습의 표본을 보여 준 용띠 신중양 군의원을 만나 그동안 해 온 일들과 앞으로의 생각들을 들어 본다./편집자 주
-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쳐 군의회에 입성했다. 실패를 겪으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끝내 뜻한 바를 이루어 낸 동기가 있다면?
“지난 젊었던 시간 들을 그래프로 표현해 본다면 참 굴곡이 심했던 것 같다. 많은 실수와 시행착오를 거치며 우여곡절을 겪었고 나 자신 오랜 시간 마음의 그림자를 안고 살아온 것 같다. 아파보니까 남 아픈 줄도 알게 되었고 나 자신이 열정이라 생각했던 부분들이 누군가에게는 부담과 상처가 되었던 거 같기도 하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모난 부분이 깎이고 다른 이들도 생각할 줄 아는 마음의 깊이가 더 생겨나 이제 좀 봐줄 만해진 것 같다. 어릴 적부터 주변에 잘못된 것이나 불편한 게 있으면 ‘나라면 이렇게 해 볼 텐데’하는 사회적인 일들에 대한 문제의식과 함께 갈증을 많이 느꼈던 것 같다. 혈연, 지연, 학연을 뛰어넘기 힘든 지역 공동체의 틀 속에서 군민들의 상식적인 생각들을 대신하는 목소리로서 우리 공동체를 더욱 건강하게 만들겠다는 생각에 많은 분이 공감해 준 결과라고 생각한다”
- 군의원으로서 의정활동을 하면서 필요한 최소한의 요건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늘 수요자인 군민의 입장을 먼저 생각한다. 그리고 두 번째가 집행부 공무원들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다. 공직에 있는 분들은 수요자인 고객들이 무엇을 원하고 어떤 게 불편한지 고민하고 또 상세하게 설명해줄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개인 민원의 대부분이 공적인 이익과 상충 되는 부분이 많은데 객관적이고 균형적인 시각으로 군민과 행정의 틈을 메우는 역할이 군의원에게 매우 중요한 것 같다”
- 초선 군의원에 대한 일반적인 시각을 깨고 9대 군의회에서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여 줬고 또 앞으로 제대로 일할 것이라는 주변의 기대가 높다. 그동안 의정활동 가운데 의미 있는 것들을 몇 가지 짚어본다면?
“초선 의원으로서 현실적 한계가 분명히 있다. 무엇보다 개별 지역 현안들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부족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낀다. 나름 고민을 하곤 하지만 벽에 부딪힐 때가 많다.
첫 번째는 의정활동을 시작하면서 군민들이 군청사 주차 불편을 중심으로 거창읍의 도심 주차난 문제를 많이 짚었던 것 같고, 이 문제를 붙잡고 해법을 찾는데 많은 시간을 쓴 것 같다. 군청과 읍사무소에 대규모 주차 타워 건립을 비롯해 여러 대안을 제시해 왔다. 조금씩 성과도 보이고 있지만 적지 않은 재정 투입이 따르는 사업인 만큼 단기간에 눈에 띄는 성과를 내기 어렵지만, 끈기 있게 밀고 나가야 한다고 본다.
두 번째로 인구 감소 문제에 대해서도 처음부터 많이 고민했던 것 같다. 지방소멸이라는 단어와 함께 인구 감소가 국가적 난제인데 지역 차원에서도 이 문제에 새로운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운 인구 증가를 부르짖을 게 아니라 감소 저지와 생활 인구를 늘리는데 인구정책의 방점을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인구 감소 대책과 관련해서는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것에 불과한 숫자 놀음이나, 보여 주기식 단편적 시책에 대해 비판적 입장이었고, 집행부인 군에서도 기회 있을 때마다 근본적인 방향 전환을 주문해 왔다.
셋째, 군 전역에 흩어져 있는 여러 시설물의 체계적인 관리와 운용을 위해서 시설관리공단 설립을 제기한 바도 있다. 이 의제는 개별시설들을 통합적으로 관리 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 기능을 구축해 시설들의 운용이 좀 더 활성화된다면 생활 인구가 늘어나는 효과로 연결되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크다고 본다.
넷째, 9대 개원 직후부터 군내의 직·간접적인 모든 행사에서의 의전 간소화를 줄기차게 말해 왔다. 이 과제는 해묵은 숙제였지만 선출직의 태생적 한계 때문에 바꾸기가 쉽지 않았고 모두가 애써 외면해 왔다. 그만큼 알면서도 실행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버리는 부분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의회와 집행부에서도 일부 불편해하는 분위기가 있었지만, 변화를 고집했다. 관행을 뛰어넘는 이런 작은 변화들이 우리 군의 비효율적인 많은 부분을 개선 시키는 보다 큰 변화들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 지역정치인으로서 거창이 안고 있는 가장 큰 과제가 무엇이라고 보는지?
“2024년 1월 초 기준으로 우리 군 인구는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겼던 6만 명 선이 무너졌다. 모두가 잘 알고 있지만, 미래 거창의 모습을 생각해 본다면 인구 감소 문제가 우리 군의 최대 과제이고 어떻게든 풀어야 할 숙제라고 본다. 인구 감소와 지방소멸을 나타내는 각종 지표가 두려움으로 다가오고 있고 출산율도 걷잡을 수 없이 떨어지기만 한다. 어떤 비책도 통하지 않을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고, 포기해서도 안 되는 절대 과제임은 분명하다. 지금까지 우리 군은 물론이고 전국의 자치단체들이 앞을 다투어 경쟁하듯 출산 장려금이나 생활보조금 현금을 동원한 수혜성 정책을 단편적으로 펼쳐왔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장기적으로 인구를 늘리거나 출산율을 높이는데 별 효과가 없다는 연구 결과가 이미 나와 있다.
-이를 해결할 방법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인구 증가를 끌어내는 최우선은 일자리라 할 수 있을 것이고 무엇보다 청년들의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일이 절박하다고 본다. 청년 일자리는 기업과 근로자들을 유인 할 수 있는 맞춤형 정책들과 획기적 자원 방안을 내놓을 때 의도한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아울러, 청년 일자리가 주거 문제와 결혼, 출산과 보육 지원, 교육환경 개선 등 각 분야와 유기적으로 연결된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점은 중요하다고 본다. 우리 군이 비교 우위에 있는 기존의 교육환경을 업그레이드하면서 거창형 의료복지타운 조성 등이 속도감 있게 추진되고 이 같은 정책 방향과 매치 된다면 시너지가 날 것이라 기대한다. 이런 의제들에 군정 역량을 집중하여 투입하면서 중장기적으로 끈기 있게 실행해 나갈 때 거창의 총체적 인프라가 두터워질 것이고 비로소 인구 절벽의 위험에서도 벗어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제는 6만 명 사수라는 슬로건에 얽매이기보다 감소율을 줄이고 생활 인구를 늘리는 데 방점을 두고 보다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포석 아래 인구정책의 접근 방향을 달리할 때다. 다행히 군 집행부에서도 인구정책의 큰 틀을 바꾸겠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바람직한 변화라고 생각한다”
- 의정활동을 하다 보면 보람도 많겠지만 한편으론 아쉬움도 없지 않을 것 같다. 요즘 세상의 언어로 말하자면 중·꺽·마…?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말에 동의한다. 군의원 한 사람의 책임으로 온전히 해낼 수 있는 일이 많지 않구나 싶을 때는 마음이 식을 때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군민의 생활 현장에서 크고 작은 불편들을 접하고 해결하다 보면 처음 의도한 생활 정치를 그런대로 하고 있구나 싶기도 하다. 정책은 군민들의 의식 수준과 맞닿을 때 성과를 낼 수 있는데 일부의 이기심으로 좌절되는 때도 있고, 하지만 분명 우리 공동체에 집단지성이 작동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 그런 믿음을 바탕으로 타성에 젖어 매너리즘에 빠지거나 생각의 틀에 갇히는 것을 경계하면서 어느 한 편에 치우치지 않는 군민 다수를 대신하는 목소리를 내겠다”
- 두 번이나 무소속으로 출마해서 낙선했는데 당 공천을 받을 생각은 하지 않았나?
“첫 번째 도전이 지금부터 정확히 10년 전인데 지금도 거대 양당의 대립이 심하지만, 그때도 마찬가지였던 거 같다. 기초의원은 공천이 맞지 않다고 생각했었고 특정 정당 소속으로써의 군의원의 역할에 회의하고 있었다. 무소속으로 군의원이 된다면 당리당략을 떠나 양쪽 의원들을 더 잘 아우를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순진한 생각을 했던 거 같다. 양 당으로부터 공천 제의도 있었지만 거절했었다. 두 번의 실패를 겪고 보니 한편으로는 후회스럽기도 하고 현실적이지 못했던 그런 고통의 시간도 있었지만 나름 순수했던 시간에 대한 자부심도 있다”
- 새해에 군민들이 두고두고 곱씹을 만한 좋은 말이 있다면 어떤 말을 해 주겠나?
“우리 어릴 적에 거창은 울고 왔다 울고 간다는 곳이라고 했다. 이는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첩첩산중의 오지여서 앞으로 어떻게 살까 하고 울었고 살다 보니 정이 들어 떠날 땐 서운함으로 울었다는 말일 것이다. 저를 포함한 우리 거창 사람들은 투박하고 거칠지만 속정이 깊고 의리를 중요시하는 마음이 있다는 것은 다 아실 것이다.
이러한 것들은 분지형 도시라는 지형적인 요소도 작용하겠지만 보수적이고 배타적인 지역색이 강해서 생긴 것이 토착화되었다고 생각한다. 인구 6만의 마지노선이 무너졌다. 이제 다시 6만을 넘기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생활 인구라는 말이 회자하고 있는 현실에 단 하루를 거창에 살아도 같은 거창군민이라는 생각으로 마음의 문을 열고 말로 표현하고 행동으로 표현하는 우리 군민들이 되었으면 한다. 울고 갔다가 울고 오는 거창이 아닌 웃고 찾았다가 웃음을 남기고 가는 거창의 변화된 모습을 만들어 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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