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물 버리려다 애까지 버려서야...

" 잘난 사람이든 못난 사람이든 담쟁이 넝쿨처럼 어깨에 어깨를 걸고 가야한다"

거창군민신문 승인 2020.12.18 08:50 의견 0

거창군에서는 거창국제연극제 상표권 매입과 관련해 거창국제연극제 집행위원회(이하 집행위) 측과 극적으로 10억 원에 매입하기로 하고 합의해 계약까지 마쳤다.

이에 따라 구인모 군수는 대 군민 담화문을 통해 연극제의 정상화 등으로 고려해 합의를 할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연극제는 돈으로 가치를 매길 수 없는, 그리고 버릴 수 없는, 거창에서는 꼭 있어야 할 자산이라고 했다.

맞는 말이다. 거창국제연극제는 거창의 자산이요, 명품이다. 자산은 우리가 잘 지켜야 하고, 명품은 잘 보관해야 손상되지 않는다. 잘 지키고 잘 보관하기 위해서는 더 이상 이 문제로 거창이 시끄러워서는 안 된다. 이젠 종지부를 찍고, 새로운 장을 열어야 한다.

지금 거창은 다른 새로운 장을 열어야 할 수많은 일들로 가득 차 있다. 과거에 얽혀 미래를 망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오늘의 거창은 달라져야 한다. 다시는 후회하지 않는 거창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는 거창의 가치를 같이 추구해야 한다. 아름다운 거창, 자랑스러운 거창을 만들기 위해서는 과거에 얽매여서는 안 된다. 영국의 처칠 수상은 “과거와 현재를 싸우게 하면 우리는 미래를 잃게 될 것이다”라고 했다.

가끔은 옳은 일을 하려고 잘못된 선택을 할 때도 있다. 거창군도 거창군의회도 군민들을 위해서 있다. 군민들의 가려운 곳이 있다면 긁어 줄줄 알아야 한다. 머리가 가려운데 발바닥 긁어주는 일은 없어야 한다. 선한 동기를 가진 행위로 좋은 결과를 내는 선순환(Good Circulation)의 구조적인 역할을 하는데 거창군과 의회가 함께 해야 한다.

그런데 한쪽에서는 합의해 계약을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그 예산을 삭감했다. 엇박자가 나도 한참 나는 거창군으로 보일 수 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단 말인가. 무엇이 어디서 꼬였는가. 서로를 못 믿어서인가. 무엇이 두려워서인가. 동독과 서독이 무장했기에 불신한 것이 아니라 불신했기에 무장한 것처럼 되어서는 안 된다.

또 거창군의회는 거창군 생활폐기물 소각시설의 위탁운영 계약 갱신에는 하자(瑕疵)있는 동의를 해 주면서 연극제의 예산을 삭감하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거창군의회는 이에 대한 분명한 설명을 해야 한다.

처마를 빌려 줬더니 안채까지 빼앗아 간 집행위지만 이제 안채도 내 놓아야 한다. 서로 한 걸음 물러서서 상대를 존중할 줄 하는 관용과 용기가 절실한 시점이다.

이제 거창을 위해 잘난 사람이든 못난 사람이든 담쟁이 넝쿨처럼 어깨에 어깨를 걸고 가야한다. 사람의 마음은 엉킨 실 뭉치와 같다. 억지로 풀려고 하면 더욱 엉켜버린다. 오는 설에는 모두가 시원하게 다 털고 새해를 맞는 그런 거창이 되어야 한다.

하정용
주식회사 연곡 대표이사
한천수오미자연구소장
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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