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조고추장불고기를 망치는 축제

거창군민신문 승인 2022.10.16 22:20 의견 0


엉망진창이었다. 엉망진창이라는 말은 ‘말이 아닐 정도로 수준이 뒤떨어져 한심한 상태’를 말하는 것이다. 모두가 그랬다. 이구동성으로 그랬다. 가조돼지양념불고기가 엉망진창이라고 그랬다. 가조돼지양념불고기축제는 가조의 대표음식인 돼지양념불고기를 홍보하기 위해 2016년에 처음 개최된 이후 코로나19 등으로 중지되었다가 4년 만에 개최된 축제였다.

가조의 돼지양념불고기는 질 좋은 거창의 돼지고기와 상인들의 양념노하우가 합쳐져 매콤하고 달콤한 최상의 맛이라고 홍보했다. 과연 그랬던가. 원래 양념불기가 아니라 고추장불고기여야 한다. 양념불고기라면 양념의 특징이 있어야 한다.

이 고추장불고기는 갖은 양념으로 만든 재료를 돼지고기에 버무려 석쇠에 올려 연탄불에 굽는 것을 말한다. 굽을 때 돼지기름이 노릇하게 퍼지면서 고기 굽히는 냄새와 양념의 냄새가 코를 자극하고 입맛을 돋운다. 가조의 ‘모든식당’이나 ‘보리수식당’에 가면 그나마 제 맛을 볼 수 있다. 파를 가늘게 썰어 무침으로 내기도 하고 고기 위에 얹어주기도 한다.

이번 축제의 돼지양념불고기는 전혀 다른 나라 방식의 불고기였다. 우선 양념과 돼지고기를 버무려서 철판 위에 무더기로 얹어놓고 굽는 것이 아니라 익히고 있었다. 그 다음 익힌 고기를 석쇠 위에다 놓고 숯불에 다시 굽는 것이 아니라 익힌 고기를 숯불 냄새만 씌우는 것이었다. 불고기에는 된장과 마늘과 상추쌈과 풋고추가 기본인데도 눈을 씻고 봐도 없었다. 그냥 구운 고기만 던져주고 만다. 양도 지나치게 적어 보였다.

고기 굽는 사람에게 1인분이 몇 그램이냐고 했더니 200그램이란다. 4인분을 시켰는데 아무리 봐도 적어보였다. 왜 이렇게 적으냐고 했더니 정량(正量)이란다. 저울이 있느냐고 했더니 없단다. 어떻게 200그램인지를 아느냐고 했더니 오래해서 눈대중으로 해도 정확하단다. 아무리 ‘조선 놈 눈대중이 왜놈 자보다 낫다’해도 이건 아니었다.

밥을 시켰다. 시락국도 아닌 된장국도 아닌 요상한 것이 나왔다. 맛은 맹탕이었다. 모두들 난리버꾸통이었다. 이런 걸 먹으라고 주느냐며 불평불만이 축제장을 뒤덮고도 남았다.

이번 축제의 주최 측은 가조고추장불고기를 전혀 먹어보지 않은 사람들임에는 틀림없다. 한번이라도 먹어보았더라면 이런 고기는 내놓지 않을 것이다. 이번 축제는 가조의 고추장불고기를 홍보하는 것이 아니라 되레 망치는 축제였다.

또 축제에서는 이익을 남기면 안 된다. 수입과 지출을 ‘제로’로 하면 된다. 그것은 자치단체로부터 예산을 지원받기 때문이다. 축제는 널리 알리기 위해 한다. 그래서 사람들을 모으고 홍보한다. 가조의 고추장불고기를 다시 생각해봐야 할 때다.

하정용
㈜연곡 대표이사
한천수오미자연구소장
경영학 박사

저작권자 ⓒ 거창군민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