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는 틀리고, 지금은 맞다?

거창군민신문 승인 2021.05.21 17:02 의견 0

최고 경쟁률 19:1, 평균 경쟁률 10:1. 대학입시나 입사시험의 경쟁률이 아니다. 전국 군 단위 최초 더샵 거창포르시엘 아파트의 경쟁률이었다. 왜 이렇게 높은 경쟁이었을까. 브랜드도 한몫했지만 학군 등이 젊은이들의 주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또한 학교도 그렇지만 주변에 도서관이 있고, 아름다운 공원이 있고, 청소년 문화시설이 있고, 지금의 법원과 검찰청 자리에 들어설 복합문화교육시설이 경쟁을 더 부추겼을 수도 있다.

그런데 하나 궁금한 게 있다. 법조타운이 들어오면 안 된다고 그 난리를 치던 핑크맘(법조타운 추진을 반대한 젊은 여성들을 지칭)들도 그 아파트에 청약을 했을까 하는 궁금증이 남는다.

그들은 법조타운이 들어오는데 대해 결사적으로 목숨을 건 투쟁을 했었다. 구치소가 들어오면 출소자 등으로 인해 어린이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 그들의 주된 주장이었다. 학교 뒤에 구치소가 들어서는데도 그들은 ‘학교 앞’이라고 끝까지 우겼다. 그래서 동서남북도 모르는 사람들이라고 비난했었다. 그럼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져 정말로 구치소 건립이 무산되었다면 그들의 주장이 옳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들로 인해 얼마나 많은 행정력을 소모했으며, 얼마나 많은 군비를 낭비했는가. 그래 놓고도 그 아파트에 청약해 당첨되어 입주해 사는 사람이 있다면 그들에게 꼭 물어보고 싶다. 그때는 왜 그랬는지를.

그런데 최고의 경쟁률을 기록한 이 아파트는 지금 진행 중인 구치소 바로 옆이다. 아파트 앞에 구치소가 있다. 그래놓고도 그들이 그 아파트에 입주해 산다면 그들은 정말로 부끄러움이 없는 DNA를 가진 사람들이다.

만약에 정말로 부끄러움을 모른다면 수치심을 모르는 낯 두꺼운 철면피 같은 사람들이다. 사람이 개·돼지와 구분 되는 건 부끄러움을 안다는 점이다.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이야말로 다른 사람과 부대끼며 공동체를 이루고 살아가야 하는 인간 사회의 요체이기 때문이다.

부끄러움을 모르면 반성도 사과도 없다. 체면과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이 있어야 신뢰가 싹튼다. 신뢰가 있어야 함께 살아갈 수 있다.

춘추시대 제나라 명 재상 관중(管中)은 ‘잘못을 숨기지 않고 부끄러워하는 마음’이 나라를 지탱하는데 중요한 덕목이라고 했다. 국가를 영속케 하는 4가지 그물 줄(禮·義·廉·恥)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끊어지면 나라가 기울고, 두 개가 끊어지면 위태로워지며, 세 개가 끊어지면 뒤집어지고, 네 개가 끊어지면 멸망한다고 경고했다.

거창은 이 4가지 그물 줄이 잘 이어져 끊어지지 않았으면 한다.

하정용
㈜연곡 대표이사
한천수오미자연구소장
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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