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실봉산신령

면장우피(面張牛皮)

거창군민신문 승인 2020.11.20 14:09 | 최종 수정 2020.11.20 16:16 의견 0

산신령 : 백성아, 우찌 지내느냐? 겨울이라도 겨울 맛이 나지 않제?
백 성 : 예, 오랜만입니다. 곧 소설이고 대설인데 걱정입니다. 겨울 맛이 죽을까봐서. 그동 안 잘 지내셨습니까? 망실봉은 추울 텐데 말입니다.

산신령 : 허허, 그렇구나. 그래도 날씨가 많이 도와주는구나.
백 성 :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 아니라, 동래불사동(冬來不似冬)입니다요.

산신령 : 그렇지. 하기야 아직 음력으로는 10월이니. 절기도 음력이 맞는 것 같애. 음력이...
백 성 : 산신령님, ‘남면이, 북면성(南面李, 北面成)’이라는 말을 들어 보셨습니까?

산신령 : 아니, 그 말이 무슨 말이더냐? ‘남쪽에 있는 오얏나무가 북쪽에 가서 성공했다?’ 뭐 그런 말인가?
백 성 : 하하, 해석도 잘 하십니다요. 역시 산신령님답습니다요.

산신령 : 허허, 그래, 무슨 일 때문에 그런다더냐?
백 성 : 남쪽에는 머지않아 퇴직인데, 이장들이 퇴임식 때 아무도 안 간다는 이야기가 파다 합니다.

산신령 : 그러면 안 되지. 그래도 장이 퇴임하는데 이장들이 가야지.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으나, 이장들이 그 정도면 무슨 큰일이라도 있는 거겠지. 하기야 ‘면장우피 (面張牛皮)’라는 말도 있지 않느냐?
백 성 : 북면에는 칼질을 잘해도 너무 잘해, 상을 줘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웬만한 것들 은 면민이 원한다면 처리해 줘도 되는데도, 사정없이 칼질을 해 버린답니다. 그것 도 고향에서 말입니다.

산신령 : 무슨 칼질?
백 성 : 지난 장마 때 수해 등등의 여러 지원이 있지 않습니까. 큰 문제가 되지 않는 한 면 민들이 원하면 지원도 해 주고 그러면 좋을 텐데, 그러질 못하나 봅니다. 원칙대로 한다면서 말입니다. 게다가...

산신령 : 게다가?
백 성 : 주민을 면장이 직접 고발까지 해 여간 골치가 아니랍니다.

산신령 : 원칙대로 하는 건 맞지만, 원칙도 고무줄 잣대면 안 되는 거지. 그래서 면민들의 원성이 높다는 말이군. 김삿갓 시인의 춘향전 시구가 생각나는구먼. ‘가성고처 원 성고(歌聲高處 怨聲高·노래 소리 높은 곳에 원망소리 높더라)’라는 말이 있는데, 그게 아니라 ‘도성고처 원성고(刀聲高處 怨聲高·자르는 소리 높은 곳에 원망소리 높더라)’로 하면 되겠군.
백 성 : 아이구, 산신령님, 표현력은 정말로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입니다. 존경합니다.

산신령 : 뭐, 그 정도 아니고.
백 성 : 그 양쪽 면장우피가 말입니다. 공직 생활을 하면서도 많이 회자(膾炙)된 적이 있답 니다. 공직자로서의 처신을 잘못해서 말입니다. 그래서 더 그런답니다.

산신령 : 허허, 그런 일도 있었더냐. 그러니 더 문제겠지.
백 성 : 그러게 말입니다. 이래저래 부끄럽습니다.

산신령 : 그래도 아직 부끄럽지 않은 공무원들이 많이 있다카더라. 절망하지 말고 희망을 가져 보거라.
백 성 : 알겠습니다. 소설도 있고, 대설도 있는데 올 겨울에 눈 구경이나 할 수 있을는지 모르겠습니다.

산신령 : 그대로 기대를 해 보자꾸나.
백 성 : 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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