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가 거미집을 짓지 않으면

거창군민신문 승인 2018.07.29 10:16 의견 0

거미가 거미집을 짓지 않으면


구인모 군수가 지난 718일 거창군민신문 공식블러그www.gchannews.com)에 올린 빗나간 이청득심以聽得心)’에 대해 719일 오후 1132분에 원망과 저주와 분노를 어금니에 놓고 씹고 또 씹는 것 같은 댓글을 카카오톡 단체방에 올렸었다.
이 글이 SNS를 타고 넘어 세간의 화제가 되었다. 이글은 군수의 자질을 드러내는 글이었고, 인내심의 한계를 나타내는 글이었다는 게 그 글을 읽은 사람들의 한결 같은 이야기였다. 아직도 선거기간 중이라고 착각하고 있는지 선거 당시 SNS의 책임자가 구인모 군수의 대변인인양 일일이 반박하는 글을 넘어 가짜뉴스니 어쩌니 하면서 심각한 수준의 글까지 올리고 있는데도 군수는 수수방관袖手傍觀)만 하고 있다. 이는 군수의 의중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으로 보인다.

군수라면 군수답게 행동해야 한다. 백 명이 사람답지 못하게 행동해도 세상이 본래 그렇지 뭐라고 말하는 대신, 백 번을 놀라고 거듭 놀라도, 그러면 안 된다고 백 번을 거듭 말려야 하는 게 군수인데, 군수가 군수답지 못하다.
높은 사람은 말하고 싶을 때, 특히 권력을 가진 자라면 더욱 조심해야 한다. 쓴다고 다 글이 아니고 한다고 다 말이 아니다. 지위가 높은 사람의 한 마디는 아랫사람의 인생을 들었다 놓았다 한다. 좋은 말도 가려서 하고, 충고도 살펴서 해야 한다.
만약에 공무원이 올바른 말을 했을 때 군수가 이처럼 한다면 어느 공무원이 바른 소리를 하겠는가. 공무원이 윗사람에게 올바른 소리를 하지 못한다면 그 공직사회는 죽은 사회다. 지도자가 내 뜻을 무조건 따르는 사람만 내 곁에 두고 싶다는 치명적인 유혹을 이겨내지 못하면 그 공동체의 앞날은 캄캄하다. JP는 이렇게 말했다. “지도자는 늘 욕먹을 각오해야한다. 강자의 이기심이 작동하면 정의도, 대의명분도, 체면도 따지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지도자는 항상 여리박빙如履薄氷)해야 한다. 살얼음판은 빨리 건네는 게 아니다.

어느 사회든 삶이든 잘못 될 수도 있고, 분노할 수 있으며, 흔들릴 수 있다. 다만 잘못을 바로 잡고, 분노를 덜어내고, 흔들려 무너진 것을 바로 세우는 것만이 중요할 뿐이다. 우리는 잘못되고 무너진 것들을 얼마나 잘 치우고 있는가이다.
지난 지방선거는 분노와 도덕의 선거이기도 했다. 많은 후보가 응징되었고, 몇몇 선거는 후보자의 도덕성 검증과 이를 둘러싼 상호비방으로 일관되기도 했다. 지도자에게는 도덕성 외에도 필수적인 덕목이 수없이 많다는 점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무능하고, 청렴한 군자, 수신제가修身齊家)만 겨우 한 사람을 뽑아서는 안 된다고 늘 생각해 왔고 그것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거미가 거미집을 짓지 않으면 그것은 더 이상 거미가 아니다. 거창군이 모든 일을 잘하고 있다고 보도하는 것은 언론의 올바른 태도가 아닐뿐더러 거창과 군민을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자치단체는 군민에 대해 더 솔직해야 하고 언론은 기관을 감시하는 명실상부한 제4부가 되어야 한다. 언론이 바로서야 거창이 바로 선다. 언론으로 걸러지지 않는 정치는 곧 독재로 치닫게 된다.

하정용
발행겸 편집인
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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