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비어천가(龍飛御天歌)에 대해서는 굳이 설명을 하지 않아도 잘 알 것이다. 일본에는 손타쿠라는 말이 있다. 손타쿠(忖度·そんたく)는 ‘남의 마음을 미루어 헤아린다’는 뜻의 일본어로, 원래는 타인의 의중을 짐작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일본에서는 이 개념이 윗사람이 구체적으로 지시하지 않아도 아랫사람이 눈치껏 알아서 처리하는 태도로 변형되어, ‘알아서 잘 딱!’이라는 의미로 사용된다.
거창군의회 이재운 의장이 가는 곳마다 구비어천가(具飛御天歌)를 불러댄다는 말이 오래전부터 있어 왔다. 동료 의원들조차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정도였다니 가히 짐작할 만하다.
이재운 의장은 지난 9월 17일 남하면 대야리에서 있은 화장시설 건립 사업 착공식 축사에서 거창읍 대동로터리 화장실에 대해 극찬하면서 구인모 군수를 치켜세우기에 바빴다. 많은 사람이 그 화장실에 대해 부정적이었지만, 거창시장번영회나 측근들만 잘한 일이라고 했다. 그런데 의장은 그런 여론을 아는지 모르는지 침 튀겨가며 잘한 일이라고 했다. 그 착공식에 참석한 많은 사람은 화장장 착공식에서 굳이 화장실 문제를 이야기해야 하느냐며 웅성거리도 했다.
또 이를 두고 동료 의원들조차도 혀를 차면서 곱지 않은 시각으로 의장을 바라보았다. 한 의원은 아무리 군정을 칭찬하고 군수를 치켜세워 주고 싶어도 화장장 착공식에서까지 화장실 이야기를 해야 하겠느냐며 의장의 자질이 의심스럽다고까지 했다.
그렇지만 의장은 자신의 정치적 소신이라며 할 말은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무리 정치적 소신이지만, 때와 장소를 가려야 하고 그 소신에 대해 모두가 공감하는 소신이어야 한다. 더구나 거창군의회 의장이라면 더더욱 그러하다.
의장과 의원은 어디까지나 중립을 지켜야 하고 군정을 견제하고 협력할 것은 해야 한다. 의원들은 늘 집행부와는 ‘수레의 양 바퀴’라고 주장해 왔다. 그 말은 함께 할 수는 없지만, 같이는 달릴 수 있다는 말이다.
이재운 의장 취임 때부터 거창군의회는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나서지 않아야 할 곳에 나섰고, 하지 말아야 할 일도 하기도 했다. 취임 후는 행사장 가는 곳마다 구인모 군수의 업적을 알리는 홍보대사 역할을 자처하고 구비어천가(具飛御天歌)를 부르기에 바빴다.
이러한 의장의 처신은 대개의 군민은 옳지 않은 행동이라고 보고 있다. 옳지 않게 여기는 행동을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해 합리적인 의심을 품지 않을 수가 없다. 무엇을 얻었기에 아니면 무슨 약점이 잡혔길래 가는 행사장마다 구비어천가를 불러대야 하는지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알 수가 없다.
그것도 아니라면 눈치껏 ‘알아서 잘 딱!’하는 것일까. 무엇을 위해서?
하정용
주식회사 연곡 대표이사
한천수오미자연구소장
경영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