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근정/농학박사
물은 모든 생명의 근원이자 자연과 인간의 건강을 유지하는 필수 요소이다. 물은 생명체의 생존에 필요한 영양분과 산소를 공급하고, 각종 노폐물을 정화하는 역할을 한다. 인체의 약 70%가 물로 이루어져 있으며, 혈액의 92%를 차지하는 물은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고, 산소와 영양소를 운반하며, 체온 조절과 노폐물 배출 등 중요한 기능을 수행한다. 또한, 최근 건강과 즐거움을 동시에 추구하는 ‘헬시플레저(Healthy Pleasure)’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소비자들은 단순한 식수 이상의 건강 기능을 고려하여 물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인체는 약알칼리성(pH 7.38~7.4) 상태일 때 혈액순환이 원활하고, 효소와 호르몬의 활성화가 극대화된다. 태아를 보호하는 양수 역시 약알칼리성을 띠며, 건강한 혈액 또한 약알칼리성을 유지해야 한다. 전문가들이 세계적인 장수촌의 식수를 분석한 결과, 모두 약알칼리성이었으며, 이는 우리 몸이 필요로 하는 물의 성질을 잘 보여준다.
현재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수돗물을 정수하여 마시고 있다. 하지만 정수 과정에서 유익한 미네랄이 제거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자연적으로 오랜 시간 동안 여과된 천연 암반수는 다양한 미네랄을 함유하고 있어 건강에 더욱 유익하다.
거창 지역의 암반수는 수십, 수백 년 동안 암반층을 통과하면서 용해된 각종 미네랄을 포함하고 있으며, 총용존고형물(TDS)은 편이다. 최근 일부 기업에서 인위적으로 경도를 높이기 위해 조작을 시도한 사례가 논란이 된 바 있지만, 거창의 물은 자연 상태 그대로도 높은 품질을 자랑하는 천연자원이다.
거창에는 뛰어난 품질의 천연 암반수뿐만 아니라 강알칼리성 온천수도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가조온천은 pH9.7의 강알칼리성 온천수로, 신체의 피로 회복과 혈액순환 촉진에 효과적이다. 온천욕은 신체적 치유뿐만 아니라 정신적 안정에도 기여할 수 있으며, 이는 현대인들에게 중요한 건강 관리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또한, 거창의 약수터 물은 대부분 약알칼리성을 띠고 있다. 약알칼리성 물은 체내 세포와 혈액에 적합하여, 신체의 균형을 유지하고 소화와 영양 흡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전문가들이 세계적인 장수촌의 식수를 조사한 결과, 대부분 약알칼리성을 띠고 있었으며, 거창의 물 또한 이러한 특성을 지니고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약 20년 전, 거창군에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전문가와 함께 거창의 물을 자원화하는 방안을 제안한 바 있다. 거창의 물은 풍부하면서도 오염되지 않은 청정한 수원이며, 약알칼리성과 TDS 수치가 높은 등 우수한 품질을 가지고 있다. 함께 방문하였던 ○박사는 프랑스에서 수자원 연구로 학위를 받은 지질전문가로 프랑스 에비앙(Evian)의 사례를 모델로 삼아 거창의 물을 지역의 성장동력으로 활용할 것을 제안했지만, 실질적인 실행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에비앙은 프랑스 론알프스 지역에 위치한 휴양 도시로, 천연 암반수를 브랜드화하여 글로벌 시장에서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현재 에비앙 생수는 국내에서 300㎖ 한 병이 1,500원, 두바이 공항에서는 5,500원에 판매될 정도로 높은 경제적 가치를 지닌다. 인구 9,000명의 에비앙 시에서는 에비앙 생수 산업이 6,000여 명의 시민에게 생계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에비앙 시는 숙박, 수치료, 꽃, 청정환경 등을 기반으로 ‘물의 도시, 휴양의 도시’로 성장했으며, 이는 거창에서도 충분히 벤치마킹할 수 있는 모델이다.
거창의 물을 체계적으로 발전시키려면, 천연 암반수를 고품질 브랜드로 육성하고, 강알칼리성 가조온천을 활용한 웰니스 관광을 활성화해야 한다. 또한, 고속도로 및 철도망 확충에 맞춰 치유관광과 연계된 미래지향적 시설을 구축하고, 천연자원을 활용한 치유·휴양 산업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거창의 물을 지역 농산물·산림 자원과 결합한 기능성 음료·건강식품으로 개발하고,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전략적 마케팅을 추진해야 한다.
거창의 물은 단순한 식수를 넘어 건강과 치유를 위한 귀중한 자원이다. 풍부한 천연 암반수와 강알칼리성 온천수를 보유한 거창은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웰니스 산업을 발전시키고,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잠재력이 크다. 거창의 물에 대해서 보다 전략적인 접근이 이루어진다면, 거창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치유 도시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거창의 물이 가진 무한한 가능성을 현실화하기 위해 이제는 더 적극적인 논의와 실행이 필요한 시점이지 않을까 한다.
경남 합천 대양 출생
경북대학교 조경학과 학부, 석사, 박사
전 기아그룹 ㈜기산 기술연구소
전 (재)경북농민사관학교 컨설팅팀장
전 (사)경북세계농업포럼 사무국장
전 경남도립거창대학 산학협력중점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