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이 살고 싶은 경남을 바라며

거창군민신문 승인 2024.11.06 09:21 | 최종 수정 2024.11.06 09:33 의견 0
박주언 경남도의원(거창1, 국민의힘)


지금의 우리 사회를 풍요의 시대라 부르기도 한다. 빈곤이 극심했던 시기 외국의 원조에 기댈 수밖에 없었던 대한민국이 세계 경제 10위권 국가로 성장한 지금의 사회를 설명하는 수사(修辭)이다. 그러나 이는 국가적 관점의 수사일 뿐 개개인의 인간다운 삶을 설명하지는 못한다. 오히려 많은 사람은 불평등이 심화한 우리 사회에서 힘겹게 하루하루 살아내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필자는 그중 청년의 삶에 대해 사회적 관심을 더욱 촉구하고 싶다. 지금의 대한민국에서 청년들은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더욱 세심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가난’이라는 절대적 빈곤을 경험하는 비율은 줄었을지 몰라도, 그들의 삶은 결핍과 좌절이 일상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보자. 자취하며 대학을 다니는 한 청년이 있다. 그는 학자금 대출로 등록금을 납부하고, 아르바이트하며 집세와 생활비를 마련하고 있다.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다 보면 매일 같이 새벽이 돼서야 겨우 잠을 잘 수 있다. 하루하루 버티는 데 급급해 미래를 위한 꿈조차 꿀 수 없다. 이런 일상을 반복하다 대학을 졸업해도 장밋빛 청사진은 그려지지 않는다. 저성장과 취업난은 장기간 취준생에 머물도록 한다. 힘겹게 취업에 성공하더라도 사회초년생으로서 낮은 임금에 학자금 대출금을 갚으며 좁은 월세방을 전전한다. 하고 싶은 것, 입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을 포기하고 심지어 자신의 꿈마저도 잃어버리게 된다. 심리·사회적 결핍이 쌓여만 가는 것이다.

위 사례는 일부 소수가 아닌 우리 사회 청년들의 보편적인 모습이 되고 있다. 이를 과연 풍요롭다고 표현할 수 있겠는가. 지방일수록 청년의 삶의 지표는 더욱 열악하다. 청년인구 유출은 날로 심화하고 있고, 취업난과 과도한 경쟁 속에서 구직이나 학업을 이어갈 힘마저도 잃어버린 구직단념(NEET) 청년이 증가하고 있다. 청년실업, 주거 빈곤, 결혼과 육아 문제, 문화 소외 등 청년을 둘러싼 각종 그림자는 악순환의 고리가 되어 개인의 고립과 지역사회 침체로 이어지고 있다.

이에 경남도는 청년기본조례를 비롯해 11개의 청년 관련 조례와 매년 수립하는 청년정책 시행계획으로 청년 문제에 대응하고 있다. 2024년 기준 연간 124개 사업에 2,382억 원을 투입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금 우리 청년들은 하루하루 살아내는 것이 힘겹다고 호소하고 있다. 청년 문제를 더는 취업 문제, 개인의 문제로만 접근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지난 9월 21일은 청년기본법이 정한 법정기념일인 ‘청년의 날’이었다. 필자는 거창스포츠파크 일원에서 개최한 기념행사에 참석해 지역 청년들과 직접 소통의 시간을 가졌다. 지역에서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가며 미래를 꿈꾸고 있는 멋진 청년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우리 지역 청년들의 활기차고 당당한 모습을 보며 경남의 미래에도 희망이 있음을 직접 느낄 수 있었다.

이들이 더는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않도록 우리 사회가 손을 잡아주어야 한다. 청년들이 미래를 꿈꿀 수 있도록 다양하고 충분한 기회가 보장되어야 한다. 무조건적인 현금성 지원을 늘리기보다는 청년들이 지역에서 삶의 뿌리를 내리고 자신의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청년 친화 여건과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 지역 ‘청년의 삶’에 대한 지표개발과 정기적인 실태조사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정책의 양과 질은 적정한지 인간다운 삶의 관점에서 살펴야 한다.

청년 문제는 개인의 문제나 취업난에 국한된 문제가 아님을 인식해야 한다. 우리 지역 청년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의 꿈을 향한 도전을 마음껏 펼칠 수 있을 때 비로소 청년이 살고 싶은 경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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