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이 모소 대나무 같은 이유

거창군민신문 승인 2023.12.30 15:11 의견 0

거창이 이제야 자리 잡기 시작했다. 지난 4년은 모소 대나무처럼 기반을 다졌다. 앞으로는 모소 대나무처럼 힘차게 뻗어나갈 일만 남았다.

그동안 거창은 어땠는가 돌아보자. 2002년 당선된 김태호 군수는 도지사 하러 가겠다며 2년의 임기도 채우지 못하고 군수직을 박차고 나갔다. 군민들은 손뼉 치면서 보내줬다. “사람 장사가 남는 장사”라며 외치던 김태호를 응원했다. 더 큰 인물이 될 기대감에 누구도 그를 비난하지 않았다.

그 후 거창은 보궐선거를 통해 강석진 군수를 뽑았다. 강 군수도 국회의원을 하겠다며 군수직을 박차고 나갔다. 그러나 그는 당당하지도 못하게 시민단체가 무서워 이임식도 못 하고 뒷문으로 도망가다시피 했다. 결국 강 군수는 국회의원 공천에서 탈락해 국회의원이 되지 못했다.

그로 인해 2008년 6월 또다시 군수를 새로 뽑아야 했다. 그다음에 당선된 군수가 무소속의 양동인 군수다. 반쪽짜리 군수였다. 반쪽짜리 군수가 무얼 하겠는가. 더구나 무소속에다 행정 경험이 전혀 없는 양동인 군수는 갈팡질팡했다. 2년의 군정 경험으로 재도전했지만, 이홍기 군수에게 패하고 말았다.

이홍기 군수는 막강했다. 첫 출발부터 인지도는 낮았지만, 지지도는 높았다. 경남도청에서의 행정 경험, 준수한 외모, 누구와도 불편함이 없는 친화력에 군민들은 이홍기에게 끌리고도 남았다. 그는 도청에 일 보러 온 사람은 그냥 돌려보내지 않았다. 따뜻한 차 한잔에 점심 대접하고 차비까지 손에 쥐여주었다.

공무원들은 이렇게 말했다. 이홍기 군수 때가 결재받기가 가장 쉬웠다고. 이군수는 중요한 사업 말고는 대개 제목만 보고도 결재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그만큼 많이 안다는 것을 의미했다. 강석진 군수와 양동인 군수는 결재를 받으려면 설명하는 데 많은 애를 먹었다고 한다. 설명해도 모를뿐더러 조변석개(朝變夕改)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홍기 군수는 한 번의 임기는 잘 채웠지만, 재임 도중 이른바 ‘앞치마 사건’이 그의 앞길을 가로막고 말았다. 그는 2015년 10월 군수 중도하차와 함께 그의 꿈도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모두 많이 안타까워했다. 이임식장은 눈물바다로 채워졌다.

2016년 6월 재선거에서 양동인 군수가 다시 당선된다. 다시 반쪽짜리 군수다. 오죽하면 군민들은 ‘반쪽 전문가’라고까지 했을까. 2018년 선거에 다시 출마할 것이라고 내다 봤지만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2018년 선거에서는 구인모 군수가 당선되었다. 구인모 군수는 착실하게 전임 군수들이 해 오던 사업들을 마무리하고 자신의 사업들도 진행해 민선 7기의 임기를 무난하게 마치고 민선 8기 3년째로 접어드는 해를 맞는다.

구인모 군수 이후 거창은 여기저기서 달라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 달라지는 소리가 달라지는 모습으로 바뀌어 갔다. 이러한 소리와 모습이 조용히 쌓이고 쌓여 충분한 에너지를 축적했다. 거창은 이제 모소 대나무처럼 울창하게 뻗어나가는 일만 남아 있다.

하정용
㈜연곡 대표이사
한천수오미자연구소장
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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