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령 500호를 맞으면서
"사실은 신성하다는 것, 지금도 그것을 신봉한다"
거창군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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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24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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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군민신문을 만들기 시작해 500호의 지령을 맞았다. 그동안 곡절도 많았지만, 보람된 일도 많았다.
지역신문은 기사를 쓴다는 것도 어렵지만 광고 또한 쉽지 않다. 처음 신문을 시작했을 때 “하다 보면 쉽지 않을 거야. 좁은 사회라 이리 걸리고 저리 걸리고... 기사를 쓸 때는 신중해야 한다”라며 조언을 해 주시던 분들의 기억이 아직도 머릿속 한구석에 자리 잡고 있다.
그래도 열심히 취재하고 신문을 편집했다. 모두가 기사에 놀라고 편집에 놀랐다. 당시 거창에는 그냥 이름 그대로의 지역신문에 불과했다. 비평도 비판도 없었다. 보내오는 보도자료에만 의존해 군정 소식 등을 알리는 ‘알리미’ 역할을 하면서 대접만 받는 그런 언론이었다. 처음 신문을 한다고 했을 때 모두 콧방귀만 뀌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신문을 펼쳐보기 시작했고, 신문이 기다려진다고까지 했다.
처음 시작한 쓴소리부터 절함(折檻), 쾌직(快直)까지 많은 쓴소리와 바른 소리를 했다. 바른 소리와 쓴소리를 듣는 당사자나 기관은 노골적으로 불편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좋은 기사를 쓸 때는 말이 없다가도 조금이라도 불편한 기사가 나오면 맹수처럼 달려든다.
샤워실의 바보들이 많은 거창에는 더욱 그랬다. 때로는 오해가 인간관계를 만들기도 한다지만 오해는 몸집을 더욱 불려 갔다. 쓴소리나 바른 소리로 일용할 양식처럼 꾸역꾸역 욕도 많이 먹었다. 그러나 사실은 신성하다는 것, 지금도 그것을 신봉한다.
그동안 글이 칼이 되어 많은 사람의 가슴에 상처를 주었다는 생각에 괴로울 때도 있었다. 언론은 공익이라는 단어를 담보로 기사를 쓰기도 하지만 ‘공익’보다는 ‘칼’이 더 무서웠을 것이라는 생각도 해 본다.
영국 언론인 맥스헤이팅스는 기자의 직무에 대해 “말썽을 일으키라”라고 했고, 호주기자 머리 세일은 “결함이 있는 부분을 가리키는 화살표”라고 했다. 언론은 누가 말하는가, 무엇을 말하는가, 어떻게 말하는가를 늘 관찰해야 한다.
불공정과 불합리가 팽배해 우리의 피, 땀, 눈물의 결실인 콘텐츠가 부당하게 유통되거나 부도덕한 사람들의 주머니를 채우는 수단이 되는 문제가 눈앞에 있고 부당하다고 느낄 때는 언론이 나서 분노하고 싸워야 한다.
작은 동네의 진실은 늘 소문에게 잡아먹힌다. 소문보다는 진실을 믿어야 한다고 늘 강조했다. 때로 진실은 믿기 힘들고 고통스러우며, 거짓은 오히려 달콤하고 받아들이기 쉽다. 인간은 진리에 대해서는 얼음장같이 차갑지만, 허위에 대해서는 불같이 뜨거워진다고 프랑스의 대표적 우화 작가 장드라 퐁텐은 말했다.
거창에는 앞으로 나쁜 사람이 없는 거창, 좋은 사람과 더 좋은 사람만 있는 거창이었으면 좋겠다.
하정용
㈜연곡 대표이사
한천수오미자연구소장
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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