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사무감사 총평을 총평하다

거창군민신문 승인 2023.06.22 18:22 의견 0

지난 6월 14일부터 시작된 9일간의 거창군의회 행정사무감사가 끝났다. 거의 매일 현장에서 지켜보았다.

우선 의원들은 행정사무감사가 무엇인지를 모르고 감사를 하고 있었다. 행정사무감사란 사무 처리가 일정한 규정이나 원칙에 따라 체계적 효율적으로 이루어졌는가를 살피는 감독권의 행사다. 따라서 행정기관의 업무 운영실태를 파악하여 정부 시책의 모든 단계에서의 적정운영 여부와 공무원의 기강이나 위배사항을 검토 분석하고 이에 대한 시정 또는 개선 방안을 마련하는 작용을 일반적으로 행정감사라 한다.

그런데 이번 의회의 행정사무감사는 어땠는가. 답변보다는 질문이 길었다. 모든 답은 질문을 통해서 얻는다고 했다. 질문은 비밀을 캐는 유일한 도구라고 했다. 질문이라기보다는 민원이었고, 질타였고, 답을 얻으려는 것보다는 자기 할 말만 하는 감사였다. 묻고 대답하는 관계란 아무것도 아닌 사이에서는 이루어질 수 없다.

이번 감사를 보면서 초선이면서 3선의 깊이가 있는 의원이 있었는가 하면 3선이면서도 초선 때와 하나도 다름없는 그런 의원도 있었다. 거창군의회의 의원 구성은 초선 5명, 재선 3명, 3선 3명으로 이루어져 있다.

어떤 의원은 초선임에도 질문에는 깊이가 있었으며, “창조하려면 불편한 것을 참지 말라는 말이 있다”라는 인용구 등을 사용해 가며 질문했다. 인용을 한다는 것은 공부를 많이 했다는 말이다. 그뿐이 아니다. 질문할 때마다 큰 틀에서의 정책을 짚어 공무원들이 작년 감사 때와 다름없는 노력하는 의원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또 어떤 의원은 3선의 중진임에도 무슨 말을 하는지 도무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질문에는 사족(蛇足)이 많았다. 군더더기가 많았다. 예를 들려면 가장 간단하고 쉽게 들면 된다. 질문보다 예가 더 어려웠다. “이제... 또... 막...” 등의 계속된 군더더기의 사용으로 무엇을 말하려는지 요점이 없었다. 질문은 감사장의 바깥을 배회하고 있었다.

오죽했으면 장황(張皇·매우 길고 번거롭다)하다 못해 너덜너덜(여러 가닥이 자꾸 어지럽게 늘어져 흔들리는 모양)하다고까지 했을까. 답변하는 과장도 도대체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겠다며 재차 질문을 요구하기도 했다.

다음으로는 의원들의 어휘력이 부족했다. 글을 쓸 때도 그렇지만, 연설할 때나 질문할 때는 적절한 어휘를 골라 쓰는 것이 중요하다. 문화와 관련된 질문을 할 때는 문화적인 어휘를 골라 쓰고, 복지를 질문할 때는 복지다운 단어를 사용한다면 질문의 품격이 더 높아질 것이다.

답변하는 부서장의 경우, 이수용 안전총괄과장처럼 자료를 보지 않고도 자세하게 충실하게 답변하는가 하면, 어떤 부서장은 준비한 답변조차도 제대로 못 했다. 답변이라기보다는 질문에 질질 끌려다녔다. 끌려다닌다는 것은 실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감사가 끝나고 감사총평이 있었다. 이는 총평이 아니라 요구사항이었다. 총평(總評)은 총체적인 평가나 평정이다. 그런데 평가는 없었고, 이래라저래라하는 요구사항만 있었다. 이번 행정사무감사는 신미정 행정사무감사특별위원장의 카랑카랑한 목소리만 뒷전에 남는다.

하정용
㈜연곡 대표이사
한천수오미자연구소장
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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