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군민여러분! 이홍희 의장님과 동료의원 여러분! 구인모 군수님을 비롯한 집행부 관계공무원 여러분! 반갑습니다. 운영위원장 김 홍 섭 입니다.
지난 12월 19일 예결위를 통과하면서 사실상 2023년도 예산안이 확정되었습니다. 곧이어 몇몇 언론에서 군민 정서를 헤아리지 못한 예산 통과라고 질타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것을 보며 우려가 현실이 됨을 실감했습니다.
문제가 된 예산은 모두가 아시는 바와 같이 거창연극제육성진흥회에 지원하겠다는 보조금 4천만 원입니다. 진흥회는 거창국제연극제를 낳고, 기르는데 많은 애를 썼고, 27살 청년이 된 국제연극제 상표권을 거창군에 팔았습니다.
1989년부터 거창국제연극제를 주최해 27년간 이끌어오며 한때는 국내 유망축제의 반열에 올려놓기도 했습니다만, 2015년 문체부로부터 “예술감독, 프로그래머 등 전문인력 운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고, 설상가상으로 진흥회 내부 비리 의혹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며 급기야 감사원 감사를 받기까지 했습니다.
이로써 2016년부터 국제연극제는 중단될 수밖에 없었고, 기나긴 상표권 분쟁 끝에 6년 만에 국제연극제가 재개되었습니다. 상표권 분쟁 과정은 어땠습니까? 그들이 원하는 금액을 얻어내기 위해 소송전을 불사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많은 사회적 비용이 소모됐고 주민들은 수년 동안 ‘거창국제연극제’를 볼 수 없었습니다.
그러는 사이 거창국제연극제의 위상은 추락했고, 거창군의 이미지마저 실추됐습니다. 고육지책으로 8억 원을 내주고 2억 원을 삭감했던 군의회의 중재안마저 깡그리 무시하고, 그들은 보란 듯이 마지막 1원까지 예산을 가져갔습니다.
거창군은 그런 단체에 예산 4천만 원을 버젓이 본예산으로 편성해 의회에 제출했습니다. 이 모든 사항의 중심에 서서 누구보다 민의를 잘 알 것 같았던 군수가 무슨 연유에서인지 이를 승인해 준 것입니다.
군민의 권익과 정서 따윈 상관없이 예산을 쥐락펴락하며 무질서하게 예산을 편성하는 행위는 의회와의 협치를 시험대에 올려놓고 저울질하며 군민을 기만하는 행위가 아닐 수 없습니다. 특히, 군민 정서에 반하는 무리한 예산 편성을 두고 시중에서는 외부 압력이 있었다는 소문이 있고, 거창군을 상대로 소송까지 제기한 보조단체가 4천만 원의 보조금을 받을 자격이 되는지, 신청 제한 사항은 없는지도 묻고 싶습니다.
특히, 위와 같은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예산을 편성하면서 더는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감시·감독을 철저히 하겠다.’라는 조치가 포함됐어야 했는데, 이런 것도 빠져있다는 게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지금은 거창연극 발전에 올바른 방향을 설정해야 할 때입니다. 작물도 튼튼하게 키우려면 휴경기가 필요하듯 거창연극이 우량종자가 되려면 싹 갈아엎고 새로 파종하는 것도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상표권 매입 시 “진흥회는 더는 보조금을 받는 연극은 하지 않는다”라는 반성과 책임의 단서를 달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진흥회는 국제연극제를 만들어 온 정성까지 포함해 이미 상표권 매입 금액을 통해 보상받았으니, 지역사회에 봉사하는 마음으로 지원 없이 순수한 열정으로 후배를 양성하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하지 않겠습니까?
우리 의회도 이번 사태에 대해서는 먼저 자성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군민이 납득하기 어려운 거창군의 예산 편성을 우리 의원들이 방관해서는 안 됨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견제와 감시 기능을 약화해 거창군의회의 자존심을 스스로 무너뜨린 데 대한 뼈저린 반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군수는 무리한 예산 편성을 지양하고, 우리 의회는 집행부가 지역 살림을 제대로 하는지, 주민들이 낸 세금을 허투루 쓰는 일이 없는지, 지역발전을 위해 예산을 어떻게 배분해야 하는지 막중한 책임감과 사명감으로 감시하여 거창군의회가 결코 무풍지대가 아님을 명백히 밝혀 나가야 할 것입니다.
여러분, 사나운 호랑이가 물러가고 지혜 많은 토끼해가 돌아왔습니다. 의회와 집행부의 양 수레바퀴가 오로지 군민을 향해 지혜가 모이길 바라면서 발언을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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