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물은 주인의 발소리를 듣고 자란다”

인터뷰 - 거창군농업기술센터 농업기술과 이수진 기술보급담당

수직농장
적은 면적에서 많은 양의 농작물을 수확할 수 있어
정책적 지원이 확대되면 보급 확대될 것으로 기대

종합분석실
농산물 잔류농약 검사, 안전 먹거리 공급에 중추 역할
관련분야 실무경력 있는 전문인력 추가 충원 되어야

거창군민신문 승인 2024.04.09 11:13 | 최종 수정 2024.04.10 11:41 의견 0

최근 컨테이너형 수직농장이 새로운 농업으로 떠오르면서 거창군농업기술센터에서는 이를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한발 앞서가는 새로운 농업에 도전하고 있는 거창군농업기술센터 농업기술과 이수진 기술보급담당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편집자 주


- 컨테이너형 수직농장을 시범적으로 운영하는 것으로 안다. 수직농장이란 무엇인가?
“장소와 계절 등 외부환경의 영향을 받지 않고 재배환경을 완전하게 제어하여 연중 안정적으로 오염 없는 안전한 작물을 생산할 수 있는 농장이다”

- 언제부터 추진했는가?
“자연재해가 일상화되어 기후변화로 인한 농산물 수급 불안은 해마다 겪고 있고, 몇 년 전 사상 최장의 장마로 상추가 금추가 된 적이 있었다. 기후변화로 사라지는 먹거리를 고민하고 있던 찰나, 2022년 경남도의 뉴딜사업 공모가 있었고, 컨테이너형 수직농장 구축사업이 선정되었다. 운 좋게 그해 지방소멸 대응기금 사업에도 선정되어 지방비 부담을 줄여 사업을 추진 할 수 있게 되었다. 시설은 2024년 1월 준공하여 2월부터 시범 운영 중이다”

- 경제성은 어떤가?
“수직농장은 장점이 무수하게 많지만 가장 큰 단점은 무엇보다 초기 투자 비용과 운영비의 문제이다. 앞으로 농가 보급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시설 설치비용을 낮추고, 태양열 등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에너지 비용 문제가 해결되어야 할 것이다. 정부 정책에 따라 연말까지 수직농장 설치 규제가 완화되고 지원이 확대되면 수익성은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대중적으로 확대할 계획은?
“현재 추진 중인 정부(농림축산식품부)의 수직농장 설치를 위한 농지 규제가 완화되고, 각종 정책적인 지원이 확대된다면 수직농장 보급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수직농장의 필요성이 커지고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에 대한 전문가는 많지 않은 상황이다. 인근 대학과 연계하여 수직농장 전문가를 양성하여 시설 구축부터 운영, 생산, 유통, 판매로 연결되는 농가경영 전반에 대한 체계적인 컨설팅을 제공하고, 수직농장 전문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기술성과 사업성에 기반한 수직농장 기술 보급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 기대효과는?
“수직농장은 적은 면적에서 많은 양의 농작물을 수확할 수 있다.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물 소비량을 95% 이상 절감할 수 있으므로 친환경 재배가 가능한 농업으로, 무엇보다 시간, 공간, 환경의 제약에서 벗어나 원하는 규격, 원하는 양의 농산물을 연중 생산할 수 있어 자연재해로 인한 농산물 수급 불안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될 것이다. 또한 자가 노동력으로 충분히 재배할 수 있고, 휴대전화 하나로 환경제어가 가능하므로 농업인구 감소 및 고령화에 대한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 또 담당 업무 중에서 종합분석실이라고 있던데, 그곳은 무엇을 하는 곳인가?
“종합분석실은 농사짓는 토양을 분석하여 농업인에게 성분별 적정 비료량을 추천하고, 영농 시작 전 적합한 가축분뇨 살포를 위한 퇴·액비 부숙도 및 성분 검사를 지원하는 곳이다. 2022년 말 준공된 농산물 안전 분석실은 생산단계 지역 농산물의 잔류농약을 검사하여 안전 먹거리 공급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곳이다”

- 금년도 추진 목표는?
“올해부터 본격 가동 중인 농산물 안전 분석실 운영을 활성화하여 공공 급식, 로컬푸드 등 생산단계 농산물의 안전성을 확보하고, 지역 농산물의 신뢰도를 높일 계획이다. 하반기에는 퇴·액비 중금속 분석 장비를 갖춰 가축분 부숙도, 성분을 포함한 중금속까지 전 항목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 문제점은 없는가?
“종합분석실은 토양부터, 퇴·액비, 잔류농약 분석까지 고가의 장비로 분석을 하는 곳이다. 분석 장비를 다루는 전문적인 기술이 있어야 하고, 분석자의 숙련도에 따라 분석값이 달라지기 때문에 전문인력을 반드시 갖추고, 장기적인 운영 측면에서 봤을 때 전문인력이 수반되어야 하는 문제가 있다”


- 그렇다면 대책은 무엇인가?
“토양, 퇴·액비 분석의 연속성을 위해서는 고정적인 전문분석 인력이 충원되어야 하며, 463종의 농약 분석의 경우 자립적 분석 소요 기간이 다른 분석에 비해 많이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여 관련분야 실무경력이 있는 전문인력이 추가 충원이 되어야 할 것이다”

- 앞으로 종합분석실의 계획은?
“종합분석실은 일 년 중 가장 바쁜 시기가 바로 지금인 것 같다. 정부 정책사업을 위한 토양시료 채취 작업, 영농 시작 전 가축분뇨, 토양 분석의뢰가 가장 많고, 이달부터는 지역 로컬푸드 매장에 출하되는 농산물을 대상으로 농산물 안전성 모니터링을 시작하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농업인이 종합분석실을 활용해 불필요한 비료 시비를 줄여 농가 경영비를 절감하고, 출하 전 농약 분석으로 농가경영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 왜 공무원이 되려고 했는가? 그것도 농업직렬로.
“부모님께서는 평생 사과 농사를 지으셨다. 나 자신도 주말마다 과수원에서 보낸 시간이 많았고, 우연히 대학원에서 원예학을 전공하게 되었다. 대학에서 불문학을 전공한 제게 원예학이라는 학문은 생소하였으나, 묘목생산업을 하셨던 아버지의 도움으로 사과 묘목 생산을 주제로 학위를 마칠 수 있게 되었고, 졸업과 동시에 부모님이 계시는 이곳 거창에서 제 전공을 살려 공무원 임용에 합격하게 되었다. 거창군 농업발전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자 하는 마음으로 첫발을 딛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를 생각하니 지금도 설렌다. ^^”

- 공무원을 하면서 마음속에 늘 이것만은 간직하고자 하는 하나가 있다면?
“공직생활을 한지 이제 18년 차가 되었다. 그동안 많은 일을 겪으며 느낀 점 하나가 바로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이다. 힘들어서 놓고 싶었던 순간도 있었지만 매 순간 “이 또한 지나가리라”를 마음속으로 새기며 즐기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시간이 지나니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평온해 지더라.^^”(웃음)

- 농업인들이 두고두고 곱씹을만한 좋은 말이 있다면?
“개인적으로 몇 년 전 체리를 심고 폐원을 한 적이 있다. 자주 돌보지 못해 결국에는 폐원했지만 제게 큰 교훈을 주었습니다. 농사하면 가장 중요한 게 바로 작물에 관한 관심이 아닐까 합니다. 요즘 저는 수직농장을 운영하며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작물은 바로 주인의 발소리를 듣고 자란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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