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기의 삶을 변화시키는 파크골프 운동

거창군민신문 승인 2022.11.07 13:14 | 최종 수정 2022.11.07 13:25 의견 0

가북 파크골프 회원들에게 강의하고 있는 거창군파크골프협회 강사 정종찬


지난 7월부터 신원면에서, 9월부터는 가조, 가북에서 약 4개월가량 파크골프 운동에 대한 강의를 맡았다. 처음 시작할 때는 대상이 대부분 어르신이라 크게 기대하지 않고 안전하고 조용히 진행하려고 했는데, 막상 진행될수록 수강 인원이 계속 불어나고, 시기가 농번기가 도래했음에도 결석도 없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열정에 놀랐다. 어르신께서 이렇게 적극적으로 참여하시는데 저 역시 그냥 있을 수 없어 만사 제쳐 두고 뛰기 시작했지요. 강좌 시작 1시간 전에 미리 나가 공부할 내용 챙겨 두고 운동 연습하는 어르신을 옆에서 도와드렸습니다. 나이 많은 어르신이 지칠 만도 한데도 끝까지 하시는 모습을 보면 저 역시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강의 할 힘을 얻었다.

포기는 암보다 무서운 병

처음 강의를 시작할 때 어르신께 이런 말씀을 드렸다. “지금까지는 가족을 위해 헌신해 오셨는데, 이제는 자신을 위해 사셔야 할 시기입니다. 이제는 농사일 보다 자신의 건강을 먼저 챙기는 것을 자녀들도 더 바랄 것입니다”라고 말씀드리기도 하고, “제일 먼저 친구들과 공 칠 시간 챙기고, 남는 시간에 일하셔야 합니다”, “세상에 암보다 더 무서운 병이 있습니다. 무슨 병입니까?”하면 모두 어리둥절하실 때 “바로 포기 병입니다. ‘나는 운동신경이 부족해’, ‘나는 못 해’, ‘나는 안 돼’라고 하는 생각으로, 해 보지도 않고 미리 포기하는 포기 병 말입니다”라고. 어르신 앞에서 강력하게 말씀드렸다. 모두 수긍하는 표정이었다. 이후 많이 달라지셨다.

정종찬 강사의 강의를 진지하게 듣고 있는 가북파크골프 회원들


국민건강보험 공단 1등 공신 - 파크골프 운동

제가 맡아서 하는 파크골프에 관한 교육은 시기적으로 꼭 필요한 운동이라는 것을 느낀다. 농촌의 고령사회에서 노년기에 어르신을 위한 맞춤 교육으로 최적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어느 마을을 둘러봐도 길거리에 다니는 사람 찾기 힘들다. 어르신 건강을 적극적으로 챙기는 모습은 더욱 찾아보기 어렵다. 운동을 통해 어르신 건강을 증진하는 적극적 방법 말이다.

며칠 전 신문에 나타난 내용을 보면 지난 한 해 동안 우리나라 건강보험공단에서 건강보험 총 지출액이 77조 7천억 원이라고 했는데, 올해는 상반기 중 지출액이 50조 원이라고 한다. 어마어마한 금액이 진료비로 지출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몇 년 전 통계에서 65세 이상 노인 1인당 건강보험 월 지출액이 55만 원이라는 걸 본 적 있었는데, 6년 후면 건강보험 바닥난다고 한다. 우리 어르신들이 건강보험공단 재정 고갈의 주범이라는 오명이 바닥에 깔려 있어 씁쓸하기도 하다.

건강, 두 개의 축 ‘육체적 건강, 정신적 건강’

파크골프 운동을 하게 되면 가시적 성과는 육체적 건강이다. 우리 주변에서 파크골프를 통해서 건강을 회복한 사례는 차고도 넘친다. 걸음도 걷기 어려웠던 분이 이제는 36홀을 훨훨 날아다닌다. 이뿐만 아니라 같은 또래와 운동을 통해 어려움이나 고통을 서로 주고받는 장이 되는 정신적 건강이다. 같이 운동하는 사람 대부분은 같은 동시대에 살아왔기 때문에 공유할 수 있는 경험의 폭이 커 어떤 주제든지 대화 상대가 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효과라고도 한다.

눈에 보이지 않은 효과라고 하면 가정과 사회의 불안 요소가 제거한다는 점이다. 어르신이 매일 집안에 계시는 거나, 한곳에 모여 온종일 하는 일 없이 있을 때, 화젯거리는 가정과 사회 모순점에 대한 불평, 불만, 비난과 비판일 거다. 이 또한 가정과 사회 불안 요소를 키우는 일이다.

하지만 큰돈도 필요 없고, 파크골프 클럽과 공 한 개 가지고 집 가까운 곳에서 혼자가 아닌 여러 사람과 함께 공을 치면서 걷다 보면 탁 트인 열린 공간처럼 마음의 폭도 활짝 열릴 것이다.

이러한 눈에 보이는 육체적 건강 효과와 눈에 보이지 않는 정신적 건강 효과는 노년기를 살아가는 어르신들의 삶의 질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우리 모두는 알아야 할 것이다.

거창군파크골프협회 정종찬 강사가 직접 시범을 보이고 있다


파크골프의 3F(focus, feedback, fixit)

가끔 어떻게 하면 공을 잘 칠 수 있는지 묻기도 한다. 이럴 때면 저는 파크골프가 재미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재미가 있으려면 조금씩 성적이 향상되어야 하고 성적이 향상되려면 3F를 실천할 것을 권한다. 다시 말해 ‘집중하기’, ‘잘못된 행동 찾아내기’, ‘반복 연습으로 고치기’이다.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사람들은 그냥 같은 자세로 반복 연습만 하지 않는다. 웅덩이에서 수영을 아무리 반복 연습해 봐야 수영 선수가 될 수 없듯이 동작 하나하나에 집중하고, 잘못된 동작을 찾아 꾸준한 반복 연습을 통해 수정할 때 성적이 달라질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실력은 혼자 연습하는 시간에 성장하지 절대로 여러 사람과 경기를 많이 했다고 변화되지 않는다. 물론 경기를 많이 하면 잔재주는 터득하겠지만 진정한 변화는 기대하기 어렵다.

파크골프 운동에 대한 사회적·정책적 시각 변화가 필요

파크골프를 바라보는 시각은 항상 일반골프와 같은 연장선상에서 비교한다. 파크골프는 암묵적으로 나이 많은 노인과 돈 없는 사람들이 하는 수준이 낮은 운동이라는 선입견을 갖고 있다. 이는 처음 시작하는 사람과 파크골프 운동을 해 보지 않는 사람과 대화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파크골프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다. 이러한 점은 파크골프에 대한 홍보 부족과 정책적 배려가 적었기 때문에 생긴 현상이다. 파크골프에 관한 도서나 연구자료를 찾아보기 위해 국회도서관과 인터넷을 통해 조사해 봤지만, 관련 단체 발간 자료 이외의 자료나, 연구 논문을 찾지 못했다. 분명 새로운 실버산업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아무도 관심을 두고 있지 않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강의가 끝난 후 플레이를 하고 있는 가북면파크골프협회 강연옥 회원


따라서 다음과 같은 문제를 제안해 드리고 싶다.

첫째, ‘파크골프가 노년기 삶에 미치는 영향’을 정책적으로 연구해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 많은 돈이 들어가는 연구는 빈약한 협회 차원에서 해결하기 어렵다. 실증적 사례는 차고 넘치지만 정리된 자료가 없어 그 효과를 홍보하기 어렵다.

둘째, 파크골프에 대한 일반 국민의 생각을 바꿀 수 있도록 적극적 홍보가 필요하다. 정부나 언론기관을 통해 적극적 홍보로 파크골프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높여야 할 필요가 있다. 특히 운동할 수 있는 넓은 공간은 하천 변이나 둔치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국가 기관부터 환경문제를 앞세워 가로막고 있으니 많이 답답할 뿐이다.

셋째, 파크골프 시설 확대가 필요하다 매년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회원을 흡수하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구장을 확보해야 한다. 여러 체육시설을 옆에 두고 볼 때 그 어떤 시설보다 활용도 측면에서 보면 파크골프장이 으뜸이다. 많이 사용하는 시설은 우선 확보하는 것이 순리라고 본다.

사람으로 태어난 이상 삶의 단계를 뛰어넘을 수 없다. 누구도 노년의 삶을 피해 갈 수 없다.

다음과 같은 명대사가 떠 오른다. “너의 젊음은 네가 노력해서 얻은 상이 아니듯이, 내 늙음도 잘못해서 받은 벌이 아니란다”

정종찬/거창군파크골프협회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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