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언론이라고 얕보지 마라

거창군민신문 승인 2020.10.20 13:11 의견 0

신뢰는 믿음이다. 우리는 지금 믿음이 사라진 불신의 시대에 살고 있다. 또한 우리 사회에서는 약속이 잘 지켜지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사회 전체적으로 신뢰가 없다.
사회심리학계의 거장인 데이비드 데스테노 교수는 신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신뢰는 서로의 이익에 따라 움직이며 구체적인 점수로 나타낼 수 있는 신용과는 달리 확인할 수 없는 것”이라고 했으며, 프랜시스 후쿠야마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는 신뢰에 대해 “선진국과 후진국의 차이는 신뢰자본의 차이라며 신뢰기반이 없는 나라는 사회적 비용 증가로 선진국 문턱에서 좌절하고 말 것”이라고 했다.


거창군에서 민선 7기 전반기 군정 만족도 조사를 했던 모양이다. 또 인구교육과에서도 거창군복합교육센터 건립 관련 용역에서 400명에 대한 설문조사를 했다고 의회 주례회의에서 업무보고를 했다. 우선 군정만족도 조사 내용이 보도 되면서 많은 제보들이 쏟아졌다. 제보들을 확인하기 위해 조사 보고서를 요청했더니 안 된다는 것이다. 인구교육과에도 조사 내용을 요청했더니 과장이 주지 말라는 이유로 담당자는 거절했다.
공히 이유는 배신당했기 때문이라는 것. 배신은 지난번 거창군복합교육센터와 관련 된 것이라고 보여 진다. 당시 해당 부서에서는 관련 용역 보고서를 좋은 뜻에서 줬는데 좋지 않게 보도가 되어 배신당했다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또 배신당할까봐 보고서를 못 보여 준다는 말이다.


우선 군정만족도, 그 조사 내용에는 무슨 비밀이 가득한지는 모르겠지만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겠다는 것 자체가 불신을 주고 있다. 차라리 모든 것을 오픈해 놓고 협조를 부탁할 건 해야 한다. 보고서는 오픈하지 않은 채 보도 자료만 보내놓고 신문에 내라 하면 그 보도 자료를 누가 믿겠는가. 그래서 희한한 조사라고 여겨진다. 이것은 여론조사인가, 아니면 ‘여론이 이렇다’고 주장 하는 일방적 통보인가. 언론은 보도 자료에 대해 궁금한 사항들을 확인할 권리가 있다.


그리고 의회에 업무보고를 했다는 것은 군민들에게도 했다는 것이다. 의회는 군민을 대표하는 기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의회에는 업무보고를 하면서 언론에는 자료를 못주겠다는 말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의회는 예산심사와 군정질문 등 막강한 권력이 있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지역 언론이라고 너무 얕잡아 보지 말았으면 한다.
타키투스의 함정(Tacitus trap)이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정부나 조직이 신뢰를 잃으면 진실을 말하든 거짓을 말하든 모두 거짓으로 받아들이는 현상을 지칭한다는 말로 신뢰를 잃으면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지 않는 것이다.


사람에 대한 믿음과 정성은 시간이 지나도 빛이 바래지 않는다. 믿음이란 허황된 꿈을 이루는 것이 아니라 진실 된 삶을 말하는 것이다. 군민들의 일반적인 상식과 정서에서 벗어나지 않으려면 스스로를 돌아보는 마음가짐이 롱런의 비결이다.
진보학계의 거두 노엄 촘스크는 전쟁 중이라는 이유로 언론이 정부의 스티커 역할을 하면 선동공범이 된다고 하였다.
언론은 군민들이 궁금한 사항들에 대해 언제든지 끊임없이 질문하고 답을 얻어  그들에게 알려 줄 의무가 있다.

하정용

/한천수오미자연구소장

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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