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거창군민신문 승인 2013.03.15 18:42 의견 0

누구나 자전거에 대한 추억은 있을 것이다. 요즘이야 자전거가 시내를 빼곡히 메우기도 하지만, 어릴 적 동네에 한 대가 있을까 말까 한 시절에 자전거를 타 보고 싶다는 것은 누구나 동경의 대상이었다. 어쩌다 자전거가 한 대 지나가면 그것을 부러운 눈초리로 바라보던 시절이 있었다.
또한 자전거를 배우던 시절은 웃지 못 할 사건들도 많다. 처음 자전거를 배울 때는 뒤에서 잡아 주어야만 갈 수 있었다. 그래도 중심을 잡지 못해 논 구렁텅이에 쳐 박혔던가 하면, 가속도를 제어하지 못해 산으로 튀어 올라가 얼굴이 만신창이가 되었던 기억도 있다.
기자는 초등학교 때부터 중학교 2학년 때까지는 10여리 길을 걸어서 학교를 다녔다. 중학교 3학년이 되어서야 겨우 자전거를 한 대 얻어 탈 수 있었다. 지금처럼 포장도로도 아닌 자갈투성이인 신작로 내리막길은 힘이 덜 들어 쉽게 달릴 수 있었지만 오르막길은 자전거를 끌고 올라가야만 했다. 지금은 자전거들이 가벼운 재료들로 만들어 나오지만 당시만 해도 꽤나 무거웠던 자전거로 기억한다. 그래서 오르막길을 오르는 중학교 3학년 학생의 힘에는 많이 부닥쳤을 것이다. 하지만 자전거 한 대가 있다는 자부심만으로 달리고 또 달리던 추억이 가물거린다.
또 지금처럼 산악자전거나 사이클 자전거가 없었던 고등학교 시절, 친구 몇 명이서 해인사로 하이킹을 갔다 자전거가 고장이 나 거창까지 자전거를 끌고 걸어와야 하는 웃지 못 할 사연도 있다.
일본을 갔다 온 사람이라면 알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일본은 자전거 천국이다. 전철 정거장에는 자전거로 가득 차 있다. 오죽했으면 찾아가지 않는 자전거를 수거해 처분해야하는 자치단체 고충도 여간이 아니라고 한다. 일본사람들은 어릴 적부터 자전거를 배운다. 그래서 일본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자전거를 타지 못하는 국민은 없다.
우스운 일이지만 불법으로 일본에 체류를 했던 한 사람의 이야기다.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을 하기 위해 어느 일요일 학교 운동장서 자전거를 배우다 경찰에 들켜 강제 추방당했던 웃지 못 할 이야기다. 일본 경찰들은 불법체류자를 찾기 위해 토요일이나 일요일에 인근 학교로 순찰을 나간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일본의 성인들이 자전거를 배운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휴일에 어른이 자전거를 배운다는 것은 외국인만이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데 착안을 했던 모양이다.
거창도 자전거도로가 생기고 자전거로 얼마든지 일을 볼 수 있는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다. 더구나 ‘그린씽’이 있어 좋다. 시내에서 볼 수 있는 일은 굳이 승용차를 이용하지 않아도 자전거로도 충분하다. 군청에서 자전거를 타고 약속된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난 후 시내 자전거 길을 한 바퀴 돌면 그만한 휴식과 여유로움을 찾기도 힘들 것이다.
이제 봄이다. 봄을 만끽하기에는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일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하정용

거창군민신문 발행 겸 편집인

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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