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수만 모르는 식사법

거창군민신문 승인 2020.06.29 15:10 의견 0

지난 6월 29일 오전 11시 거창군청 상황실에서 구인모 군수는 30여명의 언론인들이 모인 가운데 거창 민선 7기 전반기 주요성과와 후반기 비전에 관한 브리핑이 있었다.

무려 65페이지에 이르는 자료를 파워포인트를 통해 군수는 차분하게 차근차근 잘 설명해 나갔다. 전반기 성과와 후반기 비전을 보면 시장의 상품 나열하듯 많이는 해놨으나 특징적인 성과나 비전이 보이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거다 하는 상품이 보이지 않았다. 군수도 그냥 나열식으로 설명만 했지 도드라지게 강조한 부분도 없었다는 게 단점이라면 단점이었다. 대개 가게 주인은 잘 팔릴만한 상품 몇 가지는 눈에 띨만한 곳에 진열을 하고 소비자가 오면 그 상품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을 한다. 그게 마케팅이다.

브리핑이 끝나고 점심식사 자리로 옮겨졌다. 언론인들이 먼저 도착해 각각 자리를 했다. 곧바로 군수가 도착해 자리를 했다. 자리는 언론인들은 언론인들대로 한 곳으로, 군수는 공무원들과 다른 한 곳으로 자리가 만들어 졌다.

식사가 시작되면서 군수를 선두로 건배를 외치고 했지만 그 자리는 언론과 자치단체가 따로 노는 자리만 확인해 준 것뿐이었다. 따로 앉아서 군수는 홍보를 부탁한다고 했고 언론인들은 그저 화답하는 자리였지만 서로는 따로국밥이었다.

이게 민선 7기의 현실이고 실력이고 이상과 현실의 짬뽕일 뿐이었다. 우리는 언론인이 아닌 ‘그저 아무개’였다. 아무개들끼리만 밥 먹고 상전에다 밥 잘 먹었다고 인사하고 가는 그런 자리였다. 밥 잘 먹고 구역질난다는 말이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싶다. 필수 영양소가 결핍되면 병이 생긴다.

언론과 군수가 사이다 같은 자리가 되려면 군수는 언론인들 사이에 앉았었야 했다. 방송인 백종원은 TV 프로그램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에서 홀로 이국 거리를 전전하며 온갖 상식을 늘어놓는데, 가장 큰 특징은 그 사이사이 “아, 여따가 밥 말아먹고 싶네” 같은 추임새를 섞는다는 점이다.

군수도 마찬가지다. 언론인들과 앉아 회견장에서 말 하지 못했던 기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추임새도 넣으면서 언론의 역할을 설명하는 그런 자리가 되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다. 분위기를 망쳐서라도 해야 할 말은 하고 듣는 그런 자리가 필요했다. 그런 자리가 신뢰를 갖게 하는 자리요, 친화력을 생기게 하는 자리요, 오해를 푸는 자리이기도 하다.

우아함과 근사함으로 포장돼 마약같이 길들이지만 본질을 압도하거나 가리는 의전은 나라를 병들게 한다(‘의전의 민낯’·허의도)는 점에서 과잉의전은 해체되어야 마땅하다. 품격은 과잉 의전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거창군이 모든 일을 잘하고 있다고 보도하는 것은 언론의 올바른 태도가 아닐뿐더러 거창과 군민을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자치단체는 군민에 대해 더 솔직해야 하고 언론은 기관을 감시하는 명실상부한 제4부가 되어야 한다. 그러려면 언론과 군수의 더 많은 스킨십이 필요하다.

하정용

/한천수오미자연구소장

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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