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수만 모르는 우려와 개연성

거창군민신문 승인 2020.07.13 11:36 의견 0

지난 6월 19일 행정사무감사장에서 김향란 의원과 구인모 군수가 설전을 벌였다. 이 설전이 지난 행정사무감사의 하이라이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고성이 오가고, 감사가 중지되고, 동료 의원이 질문을 하고 있는데 중간에 끼어들고 그야 말로 중구난방이었다. 텔레비전을 통해 흔히 보는 국회의 국정감사장을 방불케 할 정도였다.

김향란 의원은 재선 의원답게 노련하게 조용조용 지적해 갔다. 김 의원은 ‘법조타운 민관협의체’구성을 놓고 항간에 많은 우려들이 있다면서 민관협의체 위원 일부가 법조타운 사업에 개입을 해서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날 수도 있는 그런 가능성, 개연성, 이런 것들을 걱정하고 있는데 대해 그런 점도 좀 감안을 해 달라는 그야말로 우려의 목소리로 보였다.

구인모 군수는 김 의원에게 어떻게 하든 주민 투표를 결과를 가지고, 오래된 거창 법조 타운을 잘 마무리 짓기 위해 협의체를 구성한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앞으로 법무부로부터 인센티브 등을 확보할 수 있는 역할을 하는 것이지 결정 기관도 아니고 집행 기관도 아닌, 단순한 자문 기구로서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차분에게 설명해 가다가도 얼굴이 붉그락 푸르락해져 갔다.

결국 구인모 군수는 점점 목소리가 커졌다. 군수는 김 의원에게 추측만 하지 말고 어떤 불미스러운 일어날 수 있으며 어떤 개연성이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이야기 해 달라면서 김 의원의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마치 김 의원의 질문에 대들기로 작정하고 온 것 같았다. 김의원은 정답까지 말해 주었다. “개연성이 있다고 하면 그걸 조심하시면 됩니다!”라고. 정답을 듣고도 그 정답을 군수는 말 못했다.

김향란 의원은 처음부터 협의체 구성에 대한 우려, 사업에 개입할 개연성이 있다고 했다. 우려(憂慮)는 근심하거나 걱정하는 마음이고 개연성(蓋然性)은 절대적으로 확실하지는 않으나 그럴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군수는 이런 용어의 정의조차 모르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증명해 주는 자리였다고 본다.

군수는 언성을 높일 것이 아니라 김 의원의 우려나 개연성에 대해 오히려 감사하는 마음을 전달했어야 했다. 누구도 그런 마음을 전달하는 의원이 없었다는 점에서이다. 그런 우려와 걱정이야 말로 거창을 위하는 마음이라고 볼 수 있다. 김 의원은 우려가 현실로 나타날까봐 걱정하는 마음에서 그런 질문을 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 김 의원의 지적에 공감하는 군민들이 많다.

군수는 의원 한 사람 한 사람의 질문을 그 한 사람의 질문이라고 보면 안 된다. 의회의 의견일 수도 있고, 군민의 의견일 수도 있다. 또한 의원 개개인은 거창을 대표하는 독립된 한 기관이기 때문이다.

추측(推測)이나 예측(豫測)은 미루어 생각하여 헤아리는 것이나 미리 헤아려 짐작하는 것이다. 어떻게 추측이나 예측을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겠는가. 언어도단이다.

미국의 여성 최초의 백악관 출입기자로 명성을 날렸던 헬렌 토머스는 이렇게 말했다.

“거친 질문이 무례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통령이 추궁당하지 않으면 그는 군주나 독재자가 될 수 있다. 우리는 인기를 얻고자 기자가 된 게 아니라 답을 얻을 때까지 대통령에게 끊임없는 압박을 가해야 한다. 그건 우리의 사명이다”

하정용

/한천수오미자연구소

경영학 박사

저작권자 ⓒ 거창군민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