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고경력 연구자의 정년을 연장해야 할 정부출연연구기관이, 내부 규정을 바꿔 연구와 무관한 행정직까지 정년을 연장하는 별도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신성범 의원(국민의힘, 경남 거창·함양·산청·합천)이 9월 30일 국가과학기술연구회와 한국원자력연구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전문행정원 제도’를 신설해 행정직을 정년 이후 65세까지 재고용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래 2012년 도입된 우수연구원 정년 연장제는, 지난해 ‘과학기술 분야 정부 출연 연구기관 운영 규정’ 제정으로 명문화 됐다. 논문·특허·기술료 등 연구 성과가 우수한 고경력 연구자를 선발해 정년을 62세에서 65세까지 보장함으로써 국가 연구개발 역량을 유지·확산하려는 취지다.

실제 지난 2015년부터 2025년 6월까지 출연연 16개 기관에서 총 1,710명이 우수연구원으로 선발돼 정년을 연장했으며, 대부분 연구직이었다. 제도는 대체로 연구 성과 중심으로 운영됐다.

그러나 한국원자력연구원은 2023년 이후 정년퇴직한 행정직을 계약직 형태로 재고용하는 전문행정원 제도를 마련했다. 실제로 2024년에는 행정직 본부장 1명, 2025년에는 행정직 부장 1명이 정년 이후 전문행정원으로 임용됐다.

이 제도는 신청 요건, 선발 규모, 심사 절차, 급여·수당·복리후생 등에서 우수연구원 정년 연장제와 유사해, 결과적으로 연구자를 대상으로 한 정년 연장 제도가 행정직 보장 수단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 원자력연구원 내부에서도 전문행정원 규정을 통해 행정직에도 정년 연장 효과를 주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 신성범 의원은 “전문행정원 제도는 우수연구원 정년 연장제와 유사한 형태로, 대상을 행정직까지 넓힌 ‘편법 정년 연장제’라고 지적했다.

신 의원은 “연구 성과가 우수한 고경력 연구자를 지원하기 위한 정년 연장제가 행정직원 등 구성원 전체의 임기 연장 수단으로 왜곡 운영되어서는 안 된다”라며, “출연연 전반의 운영 실태 점검 및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