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수인(下手人)과 내공남하

거창군민신문 승인 2022.04.26 19:37 의견 0

이홍기 전 군수가 단단히 뿔이 난 모양이다. 그는 품격 있고, 인격을 갖춘 잘 생긴 사람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는 말을 할 때도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사람이다. 오랜 공직 경험을 통해서 얻은 지식과 인성에서 나오는 성품이다.

그런 그가 무소속 거창군수 출마 기자회견에서 그의 품격과 어울리지 않은 단어를 거침없이 썼다. 공천에서 1차 컷오프 된데 대해 납득할 수 없는 ‘공천농단’이라고까지 표현하며 분노한다고 했다. 그리고 군수라는 직위는 선거를 통해서 선출이 되지만, 국회의원의 하수인이 아니라 지역의 살림과 군민의 안위를 위해 헌신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기자회견문을 읽어가는 내내 그야말로 이불인청(耳不忍聽·귀가 있어도 차마 들을 수 없는 지경)이었다. 하수인이라는 말의 사전적 의미는 ‘남의 밑에서 졸개 노릇을 하는 사람’이라고 정의되어져 있다. 이런 의미를 모르고 하수인이라는 단어를 거침없이 쏟아내지 않았을 것이다. 작심하고 쏟아낸 듯하다.

여기서 ‘내로남불’을 소환하지 않을 수 없다. 자신이 공천대열에 올라 있다면 과연 이런 단어를 썼을까이다. 자신이 공천을 받았다면 “당신은 국회의원의 하수인이요”라고 말했을 때 어떻게 답했을까. 그야말로 ‘내공남하’이다. 내가 공천을 받으면 괜찮고 남이 공천을 받으면 하수인이라는 말인가. 그리고 공천을 받기 위해 졸개노릇을 하지 않았다고 떳떳하게 말할 자신은 있는가.

이른바 ‘앞치마 사건’으로 중도하차하기는 했지만 이홍기 전 군수는 두 번의 군수를 하면서 당시 국회의원의 공천을 받아 당선되었다. 그렇다면 그때는 국회의원의 하수인이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다는 말인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이홍기 군수와는 가깝게 지낸 사이로 폄하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 선거캠프에는 진정으로 존경하는 선배도 있다. 그래서 더더욱 폄하하려는 의도는 없다. 아무리 정치판이 배신의 판이고, ‘내로남불’의 판이고,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고, 어제의 동지가 오늘은 적일지언정 그것은 서울에서는 통할지 몰라도 여기에서는 그러면 안 된다.

아무리 군수를 하고 싶어도 정치판의 양아치 같은 정치인을 흉내 내어서는 안 된다. 아무리 거창을 변화시킬 능력을 가졌을지라도 하수인과 연결시켜서는 안 된다.

하수인은 따로 있다. 진정한 하수인은 군민을 진정으로 섬기고 군민의 졸개노릇을 제대로 하는 사람, 그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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