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 라이터와 화염방사기

"사람의 손길이 끊기면 집은 빠른 속도로 쇠락하기 마련이다. 마찬가지로 사람은 자리를 잃으면 사람들의 발길이 저절로 멀어지게 마련이다"

거창군민신문 승인 2021.04.11 15:49 | 최종 수정 2021.04.11 17:18 의견 0

지난 4.7보궐선거에서 함양군 도의원 선거는 국민의 힘 후보가 낙선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국민의 힘 패배는 내부사정을 살펴보면 복잡한 역학관계가 있다. 강석진 위원장은 지난해 총선에서 패배했음에도 당협위원장을 내 놓지 않고 이번 선거를 통해 반전을 노렸다. 총선에서 낙선했으나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선거는 중요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 실패하면서 그의 설 자리는 낭떠러지로 추락하고 말았다.

그는 선거 내내 김태호 의원이 지역구인 함양의 후보를 지원하러 오지 않는다고 비난했다고 한다. 선거가 끝나고 자신이 공천한 후보가 낙선하자 SNS를 통해 “김태호 의원은 끝끝내 함양에 단 한 번도 방문하지 않았다”면서 “함양 군민들에게 국민의 힘 후보를 지지하라는 연락도 없었다”고 서운함을 토로했다. 뿐만 아니다. 그는 국민의 힘에 왜 입당했는지 궁금하다면서 김태호 의원의 보좌관이나 비서조차도 격려도 전화 한통도 없었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또 강석진 씨는 부산에 있는 김태호 의원에게 위문 차 찾아간 군의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입에 담지도 못할 욕설을 하면서 왜 갔었느냐고 했다는 것이다. 전화를 받은 군의원들은 모두 어이가 없어 혀를 내둘렀다는 것이다.

강석진 씨는 지난 번 김태호 의원이 입당했을 때 이를 반대하기 위해 지역의 당직자들을 서울로 불러 중앙당에 입당을 반대하라며 항의하러 가게 한 일이 있었다. 입당은 안 되고 선거 운동은 되는가. 이게 어느 나라의 누구의 방식인가. 정치가들은 강이 없는데도 다리를 놓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지만 입당은 안 된다고 반대해 놓고 선거운동은 도와야 한다는 것은 더 어불성설이다.

그리고 선거에서 졌으면 깨끗하게 승복하고 떠나는 게 옳다. 추잡하게 당협위원장 자리 하나 꿰차고 앉았다고 영원히 그 자리가 자기 것인 양 착각하면 안 된다. 중요한 것은 아무도 거지들에게 존재이유를 묻지 않는 것처럼, 자리를 잃은 사람에게는 누구도 관심이 없다는 것, 이것이 정치세계의 현실이다.

한 가지 행동이 다섯 가지 이상의 마음이 겹쳐져 있는 게 정치라고 했듯이 강석진 씨의 마음이야 오죽하겠는가. 그러나 사람의 손길이 끊기면 집은 빠른 속도로 쇠락하기 마련이다. 마찬가지로 사람은 자리를 잃으면 사람들의 발길이 저절로 멀어지게 마련이다.

무릇 정치인은 원망하는 소리가 사람들 다니는 모든 길에 가득해서는 안 된다. 어떤 남자는 호주머니에 고작 일회용 라이터 하나를 소지하고 있을 뿐인데도 마치 옆구리에 고성능 화염방사기를 장착하고 있는 듯이 허세를 부린다.

체면과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이 있어야 신뢰가 싹튼다고 했다. 부끄러움을 모르면 반성도 사과도 없다. 신뢰가 있어야 큰일을 도모할 수 있다. 나랏일도 마찬가지다.

민주주의의 핵심은 자기 자신이 틀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래야 비로소 인내와 양보가 가능하다.

하정용
주식회사 연곡 대표이사
한천수오미자연구소
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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