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이기를 포기 했는가

"의원의 목소리는 늘 군민들의 귓가에 맴돌아야 한다"

거창군민신문 승인 2021.03.03 17:09 | 최종 수정 2021.03.14 15:41 의견 0

거창군의회가 지난 3월 4일부터 10일까지 열린 제255회 임시회에서 의원의 역할을 포기하고 나섰다. 지난 임시회 일정은 2020 회계연도 결산검사 위원선임과 군정질문(2일), 현장방문(1일), 조례안 및 일반의안(1일)으로 잡혀 있다.

그런데 2일 간의 군정질문의 일정 가운데 군정질문을 하겠다는 의원이 한명도 없어 의원의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해 군민들 사이에서는 새삼 회자되고 있다. 특히 초선 의원들의 왕성한 의정활동을 어디에서나 찾아볼 수 없다는 지적이 군민들의 손가락에서 나오고 있다.

질문은 비밀을 캐는 유일한 도구라고 했다. 묻고 대답하는 관계란 아무것도 아닌 사이에서는 이루어질 수 없다고 했다. 의원(醫員)은 약초를 가지고 처방을 내리고, 문장가는 문자를 얽어서 글을 짜듯이 의원(議員)은 집행기관의 감시와 감사를 통한 견제도 중요하지만 군정질문을 통해 군정이 잘 흘러가도록 하는 것이다.

헬렌토머스는 “거친 질문이 무례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대통령이 추궁당하지 않으면 그는 군주나 독재자기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인기를 얻고자 기자가 된 게 아니다. 답을 얻을 때까지 대통령을 끊임없는 압박을 가해야 한다. 그건 우리의 사명이다”라고 했다.

의원도 기자나 마찬가지다. 끊임없이 묻고 답을 찾아야 한다. 혹시 장밋빛 비전만 제시하고 이를 이루기 위한 비용이나 고통을 이야기 않는 게 없는지 따져야 한다. 질문이 없다는 것은 아무것도 변하기를 바라지 않는 것이다. 질문에는 진실이 담겨야 하고 양식을 갖춰야 하며, 세상에 대한 걱정에서 나와야 한다. 그래서 그런 말을 할 기회를 찾아야 한다.

군의원은 가치를 공유해야 한다. 가치를 공유하려면 군정질문이나 행정사무감사 같은 자리를 통해서 자신의 가치가 무엇인지를 알려야 한다. 그래야만 군민들이 가치를 공유할 만한 사람이라고 여길 것이다. 그냥 없는 셈 치고 가도 되는 사람, 없는 셈 쳐도 되는 군의원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번 회기 중 군정질문이 없다는 것은 거창에 대한 의원들의 열정이 식었거나, 군정에 관심이 없거나, 군정의 흐름을 모르고 있다는 증거이며 군민들에 대한 대의기관임을 포기한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아니면 멸시의 가장 완벽한 표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처럼 거창군 공무원들을 완전히 무시하는 것이다. 사람의 손길이 끊기면 집은 빠른 속도로 쇠락하기 마련이라고 했다. 이처럼 군정질문은 군정의 쇠락을 막는 길인 줄을 모르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다.

말 없음에는 두 가지가 있다. 말 하고자 하나 말하지 못함과 말할 수 있으나 말하지 않음이라고 했다. 의원들은 이 둘 중 어느 것일까.

새의 소리를 쓴 글씨에는 새의 말소리가 들려야 하고, 물소리를 쓴 글씨에는 물소리가 들려야 하고, 향기라는 글씨에서는 가슴을 환하게 하는 향기가 풍겨야 하듯이 의원의 목소리는 늘 군민들의 귓가에 맴돌아야 한다.

하정용
주식회사 연곡 대표이사
한천수오미자연구소장
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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