쓴 소리, 절함 그리고 쾌직

거창군민신문 승인 2021.02.03 15:29 | 최종 수정 2021.02.03 16:48 의견 0

황해 바다에 사는 멸치가 꿈을 꾸었다. 자신의 몸뚱이가 하늘로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더니 흰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나고 눈이 펑펑 쏟아지고 날씨가 더워졌다 시원해졌다 하고 몸뚱이가 뜨거워졌다 시원해졌다하는 꿈이었다.

하도 이상하여 멸치는 날이 새자마자 가자미에게 달려가 꿈 이야기를 했더니 서해 바다의 도사 망둥이를 천거한다. 멸치는 망둥이 도사를 불러 식사대접을 하며 꿈 풀이를 요청한다.

망둥이 도사, 큰 눈을 이리 굴리고 저리 굴리며 생각하더니 무릎을 탁 친다. “참으로 좋은 길몽입니다. 멸치대감께선 뼈대 있는 가문이 아닙니까?” “그렇지, 뼈대하면 우리 멸치 가문이지. 등골뼈가 44개, 볼기 뼈가 46개 모두 백 개의 뼈가 있으니 뼈대 있는 가문에는 틀림이 없지” “예, 맞습니다. 바로 용꿈입니다. 곧 용이 되어 하늘에 오르실 것입니다. 꿈에 하늘로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것은 용이 아니고는 할 수 없는 일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용이 조화를 부리면 눈비가 오고, 날씨가 더워졌다 추워졌다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 아니겠습니까?”

그 말을 들은 멸치는 입이 함박만 해져 망둥이에게 거듭거듭 술잔을 따랐다. 보다 못한 가자미는 망둥이의 달콤한 말에 정신없는 멸치에게 다가가 한 마디 했다. “멸치 대감, 그런 달콤한 말에 속지 마소. 내 해몽 들어보소. 하늘로 올라갔다 내려갔다 한 것은 낚시 바늘에 걸렸으니 그럴 게고, 저녁 반찬에 쓰려고 석쇠 위에 올려놓으니 연기와 김이 무럭무럭 날 것이며, 짭짜름하고 간을 맞추려면 연 소금을 뿌려야하니 눈이 펑펑 쏟아질 건 당연한 것 아니겠소”

그 말에 기겁을 한 멸치는, 열 받치어 소리 지르다 눈알이 튀어 나왔고, 망둥이는 헤엄칠 사이도 없이 펄떡펄떡 뛰어 도망갔는데 지금도 그때 놀란 가슴으로 망둥이는 뛰고 있으며, 뒤에 있던 메기는 망둥이의 발에 밟히어 머리가 납작해졌으며, 병어는 무슨 변을 당할지 몰라 입을 틀어막다가 주둥이가 그 모양이 되었다 한다.

우리 사회에 가자미 같이 곧은 소리를 하는 사람보다는 망둥이 같은 아첨꾼이 너무 많은 것 같다. 망둥이 같은 사람보다는 가자미 같은 사람이 많아야만 한다. 할 말을 할 줄 아는 그런 사람이 많아야 더 성숙해질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 함께 노력해야 한다.

2002년 귀거래(歸居來·거창으로 돌아옴) 이후 쓴 소리부터 절함과 쾌직에 이르기까지 많은 곧은 소리만을 해 왔다. 쓴 소리는 많을수록 좋다. 누구나 단 소리보다는 쓴 소리를 많이 들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 쓴 소리를 하면서도 쓴 소리를 들으면 자신도 모르게 듣기가 싫은 것이 쓴 소리다. 절함(折檻)은 바른 소리의 징표이다. 쾌직(快直)은 직설적으로 거침없이 할 말을 다하는 것이다.

앞으로도 쓴 소리와 절함과 쾌직은 이어져야 한다. 이유는 ‘왜’가 많은 사회는 좋은 사회이기 때문이다. ‘왜’가 많은 사회는 건전한 사회이기 때문이다. 모든 답은 ‘왜’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하정용
주식회사 연곡 대표이사
한천수오미자연구소장
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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