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창불매음(賣唱不賣淫)

“가난은 불편할 뿐 부끄러움이 아니다. 정말 부끄러운 것은 그 가난에 짓눌려 뜻을 팔고
불의와 타협하는 일, 잘못된 길인 줄 알면서도 눈 돌려 외면하는 일,
그 결과 사람의 길에서 멀어지는 일이다”

거창군민신문 승인 2021.01.31 13:48 의견 0

어디를 가나 아첨꾼은 있게 마련이다. 계산에 밝은 장꾼들 중에서도, 회사에서도, 학교에서도, 운동선수들 중에도 있다. 특히 계급 사회인 군대나 경찰에서는 더 많다.

공무원 사회에서도 마찬가지다. 공무원 사회에서의 이런 공무원은 대개 무능하기 짝이 없는 시시한 자들이다. 그나마 뭔가 봉사를 해야 버틴다. 아니면 지레 겁을 먹고 있다. 사무실에서는 주로 국장이나 과장 등 상관들과 이야기 나누는 걸 좋아한다.

늘 상관을 관찰하기에 그들의 속사정을 잘 안다. 결국 상관의 취향이며 변덕, 기질 등을 꿰뚫는다. 그래서 모든 종류의 봉사를 한다. 사무실에서 들리는 말이나 벌어진 일 등을 다 일러 준다. 이런 아첨꾼이 경멸스럽긴 하지만, 그래도 살아남는다.

아첨꾼은 너무 많은 비밀을 알고 있기에 필수불가결한 자가 된다. 어마어마한 사기 혹은 기만행위에 약간의 재능과 야망을 곁들인다면, 아첨꾼은 때론 성공할 수 있다. 사람들은 아첨꾼이 헌신적이라고 말한다. 사실상 아첨꾼은 헌신한다.

그리고 침착하고 대담하게 모든 불행과 역경을 참는다. 아첨꾼의 힘이나 인내를 그 누구도 잘 설명할 수 없다. 사람들은 아첨꾼이 비열한 것을 알면서도 손을 내민다. 공개적으로 알리는 건 조금만 하고 정탐을 많이 한다. 그러니 적중한다.

또한 아첨꾼은 최고의 한직(閑職)소유자다. 한직이란 다시 말해 ‘별 근심 없는 자’들로 자리만 지키면 완전한 보장성을 보장받으므로 각자 자기 부서에서 일만 하면 될 뿐 달리 할 일이 없다. 천문학자가 혜성을 알아보듯 다른 공무원들도 이런 한직 공무원들을 알아본다.

아첨꾼은 일용할 양식처럼 꾸역꾸역 욕을 먹으면서도 위만 바라본다. 평생을 아랫사람을 족치고, 윗사람에게 아부하며 자리까지 꿰차는 기회주의자다. 아첨꾼은 말로써 말을 만들고, 말을 짓밟는다. 말로써 거짓과 아첨을 밥 먹듯이 하고 사람을 속이고, 죽인다.

아첨꾼은 느려 터졌고, 무례하고, 참신한 기획을 방해하고 진보를 더디게 한다. 지방 관청의 아첨꾼은 더 행복하다. 좋은 집에 살고 정원도 있으며 사무실에서도 대개 편안하다. 생수를 마시고, 야채도 좋은 곳에서만 산다. 빚을 지지 않고 근검절약한다. 그런 그가 뭘 먹고 사는지 정확히는 모르지만 ‘자기 봉급은 먹지 않는다’고들 말한다.

매창불매음(賣唱不賣淫·‘노래는 팔지언정 몸은 팔지 말라’는 조선시대 이래 기생의 긍지)이라는 말이 있다. 가난은 불편할 뿐 부끄러움이 아니다. 정말 부끄러운 것은 그 가난에 짓눌려 뜻을 팔고 불의와 타협하는 일, 잘못된 길인 줄 알면서도 눈 돌려 외면하는 일, 그 결과 사람의 길에서 멀어지는 일이다.

오노레드 발자크는 ‘공무원의 생리학’에서 공무원을 “살기 위해 봉급이 필요한 자, 자신의 자리를 떠날 자유가 없는 자, 쓸데없이 서류를 뒤적이는 것 외에 할 줄 아는 게 없는 자”라고 정의했다.

하정용
주식회사 연곡 대표이사
한천수오미자연구소장
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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