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군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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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15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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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용이란 말은 사전적 의미로는 원래 임금이 쓰던 것을 이르는 말이다. 또 정부에서 쓰는 일도 어용이라 한다. 그리고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권력자나 권력 기관에 영합하여 줏대 없이 행동하는 것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젊은이들에게 이 단어는 생소할지 모르겠지만 민주화 과정을 거친 386세대 등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 단어는 주로 민주와 과정에서 많이 사용되었다. 특히 전두환 정권 때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만든 관변 단체 등을 두고 어용단체라고 하였다. 그 외에도 당시에 유행했던 어용과 관련된 단어들은 어용학자, 어용교수, 어용문학, 어용신문, 어용기자, 어용상인 등등 수 없이도 많다. 주로 지식층에서 많이 사용되어지곤 했다.
우리 지역의 일부에서는 지역신문이 가끔 어용신문이라는 소리를 듣는다. 왜냐하면 군정이나 기관 단체들을 비판하는 기사는 볼 수 없고 기관 등에서 제공하는 보도 자료를 그대로 보도하기 때문에 어용이라고 지적하는 것이다. 이 말에 대해서는 아니라고 절대 부정하지는 않겠다. 왜냐하면 그것은 신문사의 이익을 위하여 권력자나 권력 기관에 영합하여 줏대 없이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우선 신문사의 이익을 위하여 거창군에 있는 기관 단체와는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있었던 군정 홍보료도 선거법 위반이라는 이유로 없어진 지 오래 되었다. 겨우 군정광고 몇 개라도 주면 고맙고 안주면 그만이다. 그것 때문에 신문사의 이익을 위한다고 볼 수는 없다. 또 이익을 위하여 권력자나 권력 기관에 영합할 게 없다는 사실이다. 거창에는 권력자도 권력기관도 없다. 겨우 있어봐야 한 두 곳인데 그곳은 영합할 게 없는 곳이다.
지역신문은 오히려 기관 단체에다 감사해야지 모른다. 특히 거창군청에다가는 아침저녁으로 절을 해야 할 것이다. 돈을 많이 주어서가 아니라 충실히 내 주는 보도자료 때문이다. 그 자료마저도 주지 않는다면 신문을 만들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고마워해야 할 따름이다. 그러다 보니 게으른 신문사는 보도 자료가 오타가 나면 신문도 오타다.
또 지역신문은 영세하다 보니 손이 모자란다. 또 좁은 지역이다 보니 취재거리가 없다. 광고 시장도 한정되어 있다. 모든 신문사가 혼자서 취재하고 편집하고 발송하고 한다. 광고라도 하나 할라치면 뒤통수 따라 다니는 신문사들이 “왜 우리 신문사는 광고를 주지 않느냐”고 협박 아닌 협박 때문에 광고 클라이언트들한테 미안한 마음이다. 친하다고 어찌어찌해서 친인척으로 선후배 간으로 걸린다고 도와주려 했다가 오히려 덤탱이 쓰기 일쑤다.
또 보도 자료에만 의존을 하다가 어쩌다 잘하는 것이 있어 잘한다고 기사를 쓰면 어용이네 어쩌네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잘못한 일이 있어 들통 나 들켜 신문에 내기라도 하면 무슨 감정이 있니 없니 하면서 서운해 한다. 이래저래 참 힘든 지역사회다.
새해부터는 편견을 버리고 신문을 만들어야 할 것이겠지만 독자들도 편견을 버리고 신문을 읽어 주었으면 좋겠다. 새해에는 더욱 알찬 신문으로 거듭 나겠다.
하정용
거창군민신문 발행 겸 편집인
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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