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시욕(顯示欲)을 버리자

거창군민신문 승인 2020.04.16 17:40 | 최종 수정 2020.10.23 14:28 의견 0

무슨 일을 하다보면 묵묵히 일한 사람과 일은 않고 생색만 내려하는 사람은 어딜 가나 있게 마련이다. 누구나 자신을 나타내 보이고자 하는 욕심이 있지만 그것이 더 강한 사람들도 종종 있다. 나타내 보이고자 하는 욕심, 그것을 현시욕(顯示欲)이라고 한다. 이 현시욕을 잘 조절해야만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나타내 보일 수 있을 것이다.

죽은 중도 일어나야 할 만큼 바쁘다는 선거판에야 오죽하겠는가. 양 다리를 걸치고 있다가 유리한 쪽에 발을 디디고 온갖 생색을 내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진정으로 선거를 걱정한 사람들의 마음은 찬물 속의 불알처럼 쪼그라들었을 것이다.

선거가 끝나자마자 벌써부터 너도 나도 나서서 여기 전기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로 감사의 인사말이라며 올린다. 눈살이 찌푸려진다는 사람들의 신음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나서지 말았으면 좋았을 것을 앞 다투어 생색을 내는 꼴이 우스꽝스럽다. 어떤 사람은 호주머니에 고작 일회용 라이터 하나를 소지하고 있을 뿐인데도 마치 옆구리에 고성능 화염방사기를 장착하고 공격했다는 듯이 내가 일등 공신이라고 떠벌리고, 어떤 사람은 사과 반쪽을 엎어놓은 크기밖에 안 되는 유방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양쪽에 수박을 통째로 매달고 있는 듯이 보이는 브래지어를 착용한 것처럼 어깨에 힘을 주고 있다.

사람다운 사람 옆에는 반드시 가짜 사람들이 널려 있게 마련이다. 진짜 돈 옆에는 사전(私錢·위조지폐)이 있고, 천도복숭아 옆에는 개복숭아가 있고, 살구 옆에는 개살구가 있고, 낙지 옆에는 쭈꾸미가 있고, 쭈꾸미 옆에는 꼴뚜기가 있고, 추사 옆에는 가짜 추사가 기승을 부리는 것처럼 가짜들이 판을 치려한다.

세상의 평가는 날씨처럼 변한다. 자기 자신이 진정 원하는 모습은 어떤 것인지를 알 때, 세상의 평가에도 무너지지 않는 자기 모습을 갖게 된다. 남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 위장하거나 가식을 부릴 필요도 없다.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더라도 내가 성내지 않으면 또한 군자가 아닌가라고 했다.

내가 남을 받아들이고 남한테 진실해지고 남을 사랑할 수 있으려면 먼저 나 자신을 받아들이고 나한테 진실해지고 나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 남과는 다르게 살면서 특별히 자부하지도 않고 내세울만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소신을 갖춘 사람, 그런 사람들이 매력이 있다. 물소리를 내지 않는 강이 깊은 법이다.

딸하고 버드나무는 자리를 잘 잡아야 하듯이 당선자가 자리를 잘 잡을 수 있도록 모두가 도와주어야 한다. 김태호 당선자는 각답실지(脚踏實地· 발이 실제로 땅에 붙었다 하는 것처럼 일 처리 솜씨가 착실하다는 뜻으로 중국 칭화대학의 교풍이다)한 정치인이다.

정신 나간 사람들을 정신 차리게 하는 일만큼 어려운 것도 없다.

한천수오미자연구소장

경영학 박사

저작권자 ⓒ 거창군민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